미워하면서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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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이중적일까요? 남자친구를 정말 사랑하는데, 동시에 너무 미워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어요.”

20대 초반의 그녀가 상담을 시작하며 터뜨린 첫 마디였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책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녀는 3년째 사귀고 있는 연인을 향한 복잡한 감정 때문에 며칠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자신의 말을 흘려듣거나, 약속을 소홀히 하거나, 자신보다 친구들을 우선시할 때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들렸다.

“정말 사랑한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중략) 이런 제 자신이 너무 나쁜 사람 같아서 괴로워요.”

그녀의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우리 사회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새삼 깨닫는다. 마치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순수하고 아름답고 일관되어야 한다는 환상 말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수많은 연인들, 부부들, 그리고 가족들을 상담하면서 내가 발견한 진실은 전혀 달랐다.

진짜 사랑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가장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의 집합체다. 그리고 그 복잡함이야말로 사랑이 가진 가장 인간적이고 진정한 모습이다.

누군가를 죽일 만큼 미워하면서 동시에 죽을 만큼 사랑하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를 ‘양가감정(ambivalent emotion)’이라고 부른다. 같은 대상에게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현상으로, 이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이다.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는 이런 양가감정이 더욱 강렬하게 나타난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에게 거는 기대와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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