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1 Part6

PART6 희소성의 원칙 소수의 규칙

대단히 성공적인 결혼 분쟁 해결 변호사이면서 이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샌디라는 친구가 있다. 많은 시간과 골칫거리, 그리고 법정 소송에 드는 비용 없이 합의에 이르고 싶어 하는 이혼 당사자들의 문제를 조정하는 게 샌디의 일이다. 샌디는 조정에 나서기 전에 이혼 당사자들을 (법률 대리인과 더불어) 별도의 방에서 만난다. 그러면 이혼 당사자들이 얼굴을 붉히며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각 당사자는 샌디에게 문서로 제안을 보내고, 샌디는 두 방을 오가며 합의를 도출해 양측이 서명할 최종 문서를 완성한다. 샌디는 이 과정에서 이혼법보다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이유로 그녀는 막바지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당사자들이 타협을 거부한 채 전체 조정 과정이 헛수고가 되고 결국 부부가 이혼 법정에 서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데 심리학자인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교착상태는 커다란 문제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육권 조건이나 아이들의 방문 조건 (혹은 개는 누가 키우느냐) 같은 문제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사소한 문제로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휴가지 부동산의 상대방 소유분을 사기 위해 얼마나 돈을 내야 할지 등이다. 이런 싸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은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마지막 문제가 커다란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단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 든다. 샌디에게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문제에 대한 최종 제안을 한쪽 방에서 받은 다음, 다른 방으로 건너가 이렇게 말하며 건네준다고 한다. “이 제안에만 동의하시면, 타협할 수 있습니다.” 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곤 다음과 같이 말을 조금 바꿔보라고 했다. “타협이 되었어요. 이제 이 제안에 동의만 하시면 됩니다.”

몇 달 후 파티에서 샌디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서는 그 약간의 변화가 놀라운 성공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모든 경우에 효과가 있었어요.”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미심쩍었던 나는 “뭐? 모든 경우라고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 팔에 손을 얹으며 “네. 모든 경우였어요”라고 다시 크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여전히 100퍼센트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지금 우리는 마술이 아니라 행동과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추천한 변화가 대단히 효과적이었다는 사실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하나는 행동과학 분야에서 진행했던 비슷한 상황에서의 연구 결과이다. 예를 들어, 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학부생 대부분은 학교 식당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9일이 지나자 생각을 바꾸었다. 이전보다 학교 식당 음식을 맛있게 느끼게 만든 어떤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의견을 바꾸게 만든 사건은 음식의 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음식 맛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으니 말이다. 단지 두 번째 설문조사가 있던 날 학생들에게 불이 나서 앞으로 2주간은 학교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고 알렸을 뿐이다.

샌디가 도움을 청했을 즈음 지역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사건으로 인해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하다면 흔한 광경이었다. 새 아이폰이 출시된다고 하자 구매자들이 길거리에 길게 줄을 섰다. 몇몇 사람은 슬리핑 백에서 밤을 지새우며 상점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든 문만 열리면 달려들어 그 소중한 휴대전화를 빼앗다시피 쟁취할 태세였다. 아이폰5가 출시되던 아침, 내가 사는 도시의 텔레비전 방송국 중 하나가 기자를 보내 이 놀랍다면 놀라운 현상을 보도했다. 23번째로 줄 서 있는 것을 보니 이미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이 틀림없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기자는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지, 그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보낸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그녀는 아이폰5의 새로운 특징들을 주제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그녀가 처음 줄을 섰을 때는 대기번호 25번이었다. 조금 후에 그녀는 23번째 서 있는 여성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23번 여성은 25번 여성의 루이비통 가방에 마음을 빼앗겼다. 기회다 싶었던 25번 여성은 교환을 제안했다. “당신 자리와 제 백을 바꿀까요?” 이 여성의 기쁨에 찬 설명을 듣던 기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 하지만 … 왜요?” 그러자 루이비통 가방을 대가로 23번 자리를 차지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 상점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아이폰을 구하지 못할까 걱정이 돼서요.”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똑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녀의 대답이야말로 나의 오랜 연구 결과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란 특히 위험하고 불확실한 조건에서 사람들은 어떤 가치 있는 물건을 얻기보다는 잃지 않으려는 선택에 훨씬 크게 동기화된다는 사실이다. 바라마지 않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과 불확실성을 깨달은 23번 구매자는 기존 연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행동을 했다. 그녀는 대단한 논란의 대상이면서 욕망의 표적이 되어버린 휴대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는 교환에 기꺼이 나섰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는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얻는 것보다는 그 물건을 잃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손실 회피’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하는 전망 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여러 국가의 기업, 군대, 프로 스포츠를 막론한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에서 잠재적 이익보다는 잠재적 손실을 더 크게 생각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자들은 이익보다 손실 가능성이 클 때 더 오래 심사숙고한다. PGA 투어 골프 선수들은 파에서 한 타를 줄이는 것(다시 말해 버디를 얻는 것)보다는 파에서 한 타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시 말해 보기를 피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샌디에게 구체적인 충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지식 덕분이었다. 하나는 과학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손실 회피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최신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여성을 통해 손실 회피 경향의 위력을 알게 된 것이다. 나의 충고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타결됐어요”라는 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미 얻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타협하지 않으면 이미 얻은 것을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반면에 “이 제안에만 동의하시면, 타협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샌디의 기존 접근방식은 동의를 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행동심리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충고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독자 편지 6.1
뉴욕 북부에서 한 여성이 보낸 편지
언젠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다가 제 마음에 쏙 드는 블랙 드레스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선물을 사면서 돈을 다 써버린 후라 드레스를 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방과 후에 엄마를 모시고 다시 사러 올 테니 그때까지만 드레스를 보관해달라고 매장에 부탁했습니다. 매장에서는 그건 곤란하다고 거절하더군요.
저는 집으로 돌아가 엄마한테 드레스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마음에 들면 돈을 빌려줄 테니 먼저 드레스를 사고 나중에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에 학교를 마치고 다시 매장에 가봤더니 그 드레스가 팔리고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학교에 있는 동안 엄마가 몰래 매장에 가서 그 드레스를 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놓으셨던 겁니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제 기억 속에는 그해 크리스마스가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로 남아 있습니다. 그 드레스를 구입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다가 선물로 받자 기쁨이 몇 배나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한마디
과연 손실의 어떤 면이 인간의 행동에 그토록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한 유명 이론은 사람들이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생존에 충분할 만큼 자원을 확보했다고 가정할 때, 자원을 더 확보하는 것은 생존에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정도지만 자원을 잃어버리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손실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던 것이다(Haselton & Nettle, 2006).

— 부족은 최선, 손실은 최악

모든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희소성 원칙에 취약하다. 야구 카드부터 골동품까지 수집 품목의 가치를 결정할 때 수집가들은 바로 이런 희소성 원칙을 확실히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희귀하거나 희귀해질수록 그 품목의 가치는 높아진다. 실제로 원하는 물건이 희귀해서 구하기 힘들 때, 품질보다는 희소성이 그 물건의 가격 기준이 된다. 자동차 제조업자가 새 모델의 생산을 제한할 때, 잠재적 구매자들 사이에서 그 새 모델의 가치는 올라간다. 수집 시장에서 희소성의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귀중한 실수’라는 현상이다. 인쇄가 번진 우표나 무늬가 겹쳐 찍힌 동전처럼 잘못 만들어진 품목들이 가장 가치 있는 수집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지 워싱턴의 눈이 세 개처럼 보이는 우표는 해부학적으로 부정확하고 미학적으로도 매력이 없지만, 많은 수집가들이 열렬히 원하는 품목이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다른 경우라면 쓰레기로 취급받았을 잘못 만든 물건들이 희소성과 결합하면 자랑스러운 수집품이 된다.

‘입수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가치는 높아진다’는 희소성 원칙을 인식하고 나자 희소성 원칙이 내 행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군가와 재미있는 대화를 하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누가 걸었는지 모르는 전화를 받으려고 달려가곤 한다. 그 전화는 내 눈앞의 대화 상대가 갖지 못한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당장 전화를 받지 않으면 통화 기회(그리고 그 통화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전화벨이 자꾸 울릴수록 눈앞의 사람과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사실보다는 전화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진다. 바로 그 이유로 나는 앞사람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으러 달려간다.

사람들은 뭔가를 얻는다는 생각보다는 비록 가치가 같다 해도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멋진 데이트 상대를 얻었을 때보다는 그 상대를 잃는다고 상상했을 때 훨씬 더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한 실험에서 주민들은 에너지 절약보다 관리비 손실 예방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기꺼이 전환하겠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45퍼센트 더 많았다. 사람들은 이익을 얻기보다는 손실을 피하려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경우가 더 많다. 금전적인 사례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팀의 성원들은 자신의 팀 지위가 올라가는 것보다는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익보다 손실이 주목(응시), 생리적 자극(심장 박동과 동공 확대), 뇌의 활성화(피질 자극)에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뭔가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면 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의료 연구가인 알렉산더 로스먼Alexander Rothman과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는 이런 통찰을 의료 분야에 적용해봤다. 유방암이나 에이즈, 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평소에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검사의 중요성을 홍보할 때는 질병이 발견되면 완치 여부도 불확실한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식으로 잠재적인 손실을 강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젊은 여성에게 유방암 자가 진단을 권유하는 팸플릿에는 자가 진단에서 얻는 것보다는 자가 진단을 하지 않았을 때 잃는 것이 무엇인지 명시했을 때 확실히 더 효과가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관리자들은 잠재 이익을 늘리는 것보다는 잠재 손실을 줄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심지어 인간의 뇌조차 손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쪽으로 진화했는지 이익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보다는 손실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을 중단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1


1. 손실의 심리적 우선성은 대학교 구내식당 연구(West, 1975), 여러 나라 연구 (Cortijos-Bernabeu et al., 2020), 여러 영역 연구(Hobfoll, 2001; Sokol-Hessner & Rutledge, 2019; Thaler et al., 1997; Walker et al., 2018), 관리자들의 선택에 대한 연구(Shelley, 1994), 프로 골프 선수 정신력 연구(Pope & Schweitzer, 2011), 대학생의 감정 연구 (Ketelaar, 1995), 에너지 공급업자의 선호도 연구(Shotton, 2018), 과제 수행자의 속임수 선택에 대한 연구(Effron, Bryan, & Murnighan, 2015; Kern & Chung, 2009; Pettit et al., 2016), 개인들의 신체적 반응 연구(Sheng et al., 2020; 리뷰로는 Yechiam & Hochman, 2012을 보라) 등에서 너무도 분명히 드러나서 일종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 기존 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과 함께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한 이론)으로서 널리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받고 있다(Kahneman & Tversky, 1979). 다양한 상황에서 살펴본 근거들에 따르면,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클수록 손실 회피 경향도 커진다(De Dreu & McCusker, 1997; Kahneman, Slovic, & Tversky, 1982; Walker et al., 2018; Weller et al., 2007). 특히 건강/의학 환경 연구는 Gerend & Maner, 2011; Meyerwitz & Chaiken, 1987; Rothman & Salovey, 1997; Rothman et al., 1999을 보라. 하지만 위험과 동시에 불확실성이 낮을 때 (보호적이기보다는) 촉진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며,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기보다 이익을 얻는 데 더 가치를 둔다(Grant Halvorson & Higgins, 2013; Higgins, 2012; Higgins, Shah, & Friedman, 1997; Lee & Aaker, 2004). 희소성이 새 자동차의 구매자와 공정 가격 판사에게 미치는 영향은 각각 Balancher, Liu, & Stock, 2009, Park, Lalwani, & Silvera, 2020을 보라.


한정 판매

사람들이 어떤 사물의 가치를 결정할 때 희소성 원칙에 그토록 큰 영향을 받는다면, 설득의 달인들은 당연히 그런 현상을 이용할 것이다. 희소성 원칙을 가장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고객들에게 어떤 제품이 수량 부족으로 금방 매진될 것 같다고 홍보하는 ‘한정 판매’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여행 및 호텔 예약 사이트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지정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호텔 객실 수에 대한 정보를 처음 사이트에 게시하면서 구매가 급증하자 고객 서비스 팀은 ‘시스템 에러’가 분명하다며 기술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에러는 없었다. 한정판매의 힘이 쇼핑객을 순식간에 구매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벌어졌던 현상이었다. 나는 다양한 조직에 잠입해 설득 전략을 연구하면서 한정 판매 전략이 여러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 주 전체에 이 엔진이 탑재된 컨버터블은 다섯 대뿐입니다. 그 다섯 대가 다 팔리고 나면 그걸로 끝이죠. 조만간 단종될 예정이거든요.” “신축 단지 안에 남아 있는 모퉁이 상가는 이곳을 포함해서 단 두 곳뿐인데요. 나머지 하나는 전망이 형편없어서 마음에 안 드실 겁니다.” “오늘 한 상자만 구매하시면 틀림없이 후회하실 겁니다. 재고가 너무 부족해서 언제 또 입고될지 모르거든요.”

독자 편지 6.2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거주하는 여성이 보낸 편지
저는 북맨스라는 중고 판매점에 물건을 팔면서 희소성 원칙을 이용했습니다. 북맨스에서는 중고서적이나 음반, 장난감 등을 사고, 팔고, 교환합니다. 집에 1990년대 리처드 스캐리의 어린이 TV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있어서 북맨스에 몽땅 들고 갔더니, 아무것도 사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들을 하나씩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씩은 구입하더라고요. 결국 저는 캐릭터를 모두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희소성 원칙의 힘입니다!
저희 아빠도 이베이에 프로야구팀의 로고가 그려진 유리잔을 팔며 희소성 원칙을 이용했습니다. 아빠는 잔이 24개가 들어가 있는 상자 하나를 35달러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곤 이베이에서 잔을 하나씩 판매했죠. 첫 번째 잔은 35달러에 팔렸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원금은 건진 셈이죠. 아빠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잔을 26달러에 팔았습니다. 다음 잔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51달러에 팔았죠. 조금 욕심이 생겼는지, 다음번엔 너무 빨리 팔아 22달러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교훈을 얻은 듯합니다. 아직 잔이 몇 개 남아 있는데, 버티면 버틸수록 희귀해지겠죠.
저자의 한마디
풍부한 물건을 한 번에 하나씩 판매하는 것은 풍부함의 반대가 희소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꺼번에 제시하면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수량이 부족하다는 정보는 진실인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거짓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 의도는 물건의 희소성을 알려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이 간단한 도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설득의 달인들을 보면 나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이 기본적인 방법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제품이 가장 희귀해진 순간, 즉 재고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순간에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었다. 한때 조사를 위해 잠입했던 어느 가전매장에서 그런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그곳은 주기적으로 제품을 30~50퍼센트로 할인해서 판매하는 매장이었다. 한 부부가 어떤 할인 제품에 관심을 보인다고 가정하자.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두 사람이 특정 품목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그들은 한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유난히 자세히 살펴보고, 그 제품과 관련한 설명서를 들춰보고, 그 제품 앞에서 진지하게 논의한다. 하지만 아직은 판매사원을 불러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생각까지는 없는 듯하다. 이때 부부의 모습을 관찰하던 판매사원이 다가와 말한다. “이 모델에 관심이 있으신가 봐요. 성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제품이니 그러실 만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20분쯤 전에 다른 손님께 판매한 제품입니다. 제가 알기론 마지막 남은 재고였을 겁니다.”

손님의 얼굴에는 바로 실망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구입 기회를 잃어 그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손님들은 혹시 창고나 다른 보관 장소에 아직 재고가 남아 있을 확률은 없는지 물어본다. 판매사원은 마치 호의를 베푸는 듯 “아, 그럼 제가 가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여기 이 제품이고, 제가 창고에서 찾아오면 이 가격에 구입하신다는 말씀이시죠?”라고 묻는다. 이 기술의 놀라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희소성 원칙에 따라 제품이 가장 희귀해져서 고객이 가장 갖고 싶을 때 고객에게 그 제품을 꼭 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이럴 때 많은 고객들은 이미 마음이 달아 있어 꼭 구매하겠다고 약속한다. 결국 판매사원은 (틀림없이) 남아 있는 재고를 하나 더 찾아냈다는 반가운 소식과 더불어 손에 볼펜과 계약서를 들고 나타난다. 물론 원하던 재고가 남아 있다는 말을 들으면 고객이 느끼던 강렬한 매력이 약해질 수도 있지만, 그때쯤엔 이미 거래가 진행됐으므로 대부분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 있다. 재고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결정적인 순간에 이미 구매 결정을 내리고 공개적으로 약속까지 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에게 희소성 원칙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거짓 한정판매 정보와 같은 속임수는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럴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저희가 판매하는 물건이 진짜 부족하지 않으면 어쩌죠?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때도 저희가 희소성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희소성은 물건의 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특징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에 너무나 독특하거나 특이해서 같은 가격으로는 어디에서도 그런 물건을 구할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런 다음, 그 특징과 그 특징에서 비롯되는 장점들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것이다. 특히 그 특징을 놓치면 그 제품으로 얻을 수 있는 많은 장점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그런 특징이 하나도 없다면, 여러 특징이 조합을 이루어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더 뛰어난 제품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다른 데서는 이러한 특징들의 독특한 집합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

시간 제한

내가 사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 교외에 메사라는 도시가 있다. 메사는 모르몬교의 본산 솔트레이크시티 다음으로 많은 수의 모르몬교 신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도시 중앙에는 웅장한 모르몬교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멀리서 모르몬교 사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모르몬교 사원과 관련된 한 신문 기사를 읽고 나자 갑자기 흥미가 일었다. 모르몬교 사원 안에는 신자가 아니면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 특별 구역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모르몬교로 개종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도 신자가 될 때까지는 출입을 금지하는 곳인데, 딱 한 번 바로 사원 신축 직후 며칠 동안만 비신도들도 금지 구역을 포함한 사원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메사 사원이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했는데 공사 범위가 워낙 넓어 사원 기준에서 보면 ‘신축’으로 분류해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앞으로 며칠 동안 평소 금지했던 사원 내부에 일반인들의 입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당장 사원을 관람하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 거스에게 같이 사원을 관람하자고 전화를 걸며, 내가 왜 그렇게 서둘러 관람 결정을 내렸는지 깨달았다.

거스는 내 제안을 거절하면서 왜 갑자기 모르몬교 사원을 관람하고 싶어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기사를 읽기 전까지는 모르몬교 사원을 관람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모르몬교에 대해 궁금한 점도 없었으며, 교회 건축에 일반적인 관심도 없었고, 그 지역에 있는 교회보다 뭔가 더 특별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모르몬교 사원 관람에 갑자기 그토록 매력을 느낀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듯했다. 이번에 둘러보지 못하면 관람 제한 구역을 다시는 구경할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서였다. 평소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않던 대상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사례 6.1
한 상업 온라인 사이트의 실험에서 연구자들이 6,700건 이상의 A/B 테스트 결과를 수집했다. 이 테스트에서는 한 사이트가 어떤 특징을 포함하고 있을 때와 포함하고 있지 않을 때를 나누어 그 사이트의 효과를 평가했다(Browne & Swarbrick-Jones, 2017). 평가해야 할 29가지 기능은 (검색 기능의 유무, 백투톱 버튼, 기본 설정 등) 순수한 기술적 기능에서부터 (무료 배송, 제품 배지, 클릭 유도 문안과 같은) 동기부여와 관련된 특징까지 다양했다. 연구자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효과적인 온라인 사이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은 행동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6가지 설득의 원칙들이 가장 효과적인 온라인 사이트의 특징과 일치했다.
 
희소성 재고가 모자란 제품을 강조한다.
사회적 증거 가장 인기 있고, 유행을 타고 있는 제품을 설명한다.
급박성 시간 제한을 이용한다. 초읽기 시계도 동원한다.
양보 할인을 제공하여 방문객들이 사이트에 머물게 만든다.
권위 전문지식 방문객들에게 이용 가능한 대체품을 알려준다.
호감 환영 메시지를 보낸다.
저자의 한마디
상위 세 가지 요소 중 두 가지가 희소성 원칙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과 일치한다. 전자상거래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내용인데도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설득의 원칙이 이용되는 환경은 급격하게 바뀔 수도 있지만, 이 원칙이 인간 반응에 미치는 효과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또 희소성 원칙의 순위가 다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을 보면, 공급 제약을 호소하는 것이 시간 제약을 호소하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Aggarwal, Jun, & Huh, 2011).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경쟁을 다루는 장에서 살펴보자.

이렇듯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더욱 원하게 되는 경향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바로 ‘마감 시간’ 전략이다. 설득의 달인들은 제공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제한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단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물건을 구매하고는 한다. 영리한 상인들은 이런 성향을 이용해 마감 시간을 공표함으로써 갑자기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곤 한다. 영화 광고에서 특히 이런 전략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나는 한 극장 주인이 손님을 끌기 위해 단 몇 단어를 이용해 희소성 원칙을 세 번이나 사용한 경우를 목격했다. “독점 상영, 한정 상영, 이제 곧 끝납니다!”

고객에게 일대일로 압박을 가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마감 시간 전략을 약간 변형해 사용한다. 이들은 구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궁극적인 마감 시간, 즉 ‘지금 당장’ 전략을 사용한다. 지금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거나 아예 구매할 기회가 없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헬스클럽에 가입하거나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오직 ‘이번 한 번’만 적용하는 조건을 제안한다. 고객이 일단 헬스클럽이나 자동차 대리점을 벗어나면 다시는 그런 조건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대형 어린이 사진 전문점에서는 자녀의 사진을 찍으러 온 부모에게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최대한 많이 구입하라고 강권한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 24시간 후면 아이들 사진을 소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방문하는 잡지 영업사원도 해당 구역은 딱 하루만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그날 하루가 지나면 다시는 같은 가격에 잡지 패키지를 구매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말한다.

내가 잠입했던 진공청소기 판매회사는 영업사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라고 훈련시켰다. “방문을 원하시는 고객이 너무 많아서 한 가정에 한 번밖에 방문할 시간이 없습니다. 회사 방침상 고객님께서 나중에 이 청소기를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하셔도 제가 다시 돌아와 판매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회사와 영업사원은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판매해야 하므로 나중에 고객이 재방문을 요청하면 흔쾌히 달려올 것이다. 청소기 판매회사 영업부장이 강조했듯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방문 예약이 너무 많이 잡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고객이 제품 구매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못하도록 나중에는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들에게 당장 구매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2


2. 여러 실험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독특한 요소를 가진 제품에 강하게 끌린다(Burger & Caldwell, 2011; Keinan & Kivetz, 2011; Reich, Kupor, & Smith, 2018). 부족했던 제품의 공급이 충분해지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다는 근거는 Schwarz, 1984를 보라.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그 본질적인 가치 때문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희귀한 물건도 희소성을 잃는 순간 그 매력을 잃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독자 편지에 실었다. 미니애폴리스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미국 출신이지만, 런던 빅 벤 직소 퍼즐 조립을 좋아합니다. 미국에서는 발견하기도 힘들어서 그런 퍼즐을 찾을 때마다 즐거웠죠. 이베이가 등장하고 그 퍼즐을 이베이에서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저는 하나씩 퍼즐을 사들였습니다. 그렇지만 점차 흥미를 잃었어요. 선생님의 책을 읽으니 빅 벤보다는 빅 벤 퍼즐의 희소성 때문에 제가 퍼즐을 그렇게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3년 동안 빅 벤 퍼즐을 조립한 다음 저는 퍼즐에 대한 모든 욕망을 잃었습니다. 그 퍼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다음이었습니다.”


사례 6.2
급박한 재촉
사기당하다

-피터 커
<뉴욕타임스>
 
다니엘 굴반은 자신이 평생 모아온 저축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억할 수조차 없다. 전화에서 들려온 판매원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던 것은 기억한다. 석유와 은의 선물先物 투자로 떼돈을 벌고 싶어 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이 은퇴한 81세 공공설비 노동자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어떻게 사기꾼들에게 1만 8,000달러를 선뜻 내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생활이 어려워지다 보니 좀 나은 방법이 없는지 찾고 있었어요.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저는 먹지도 자지도 못했어요. 살도 14킬로그램이나 빠졌어요. 제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요”라고 굴반은 말했다.
굴반은 경찰이 ‘불법 텔레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사기의 희생자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말이 빠른 전화 외판원 수십 명이 작은 방에 모여 수천 명의 고객에게 매일 전화를 하는 방법이다. 이 문제를 조사한 미국 상원 소위원회가 작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기업은 아무런 의심도 없는 고객들로부터 매년 수억 달러를 뜯어낸다.
뉴욕 주 법무부 장관 로버트 아브람스Robert Abrams는 지난 4년간 10건 이상의 불법 텔레마케팅을 추적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근사하게 월스트리트에 주소를 두고 그럴듯해 보이는 사기에 사람들이 돈을 쏟아붓도록 거짓말하고 사기를 칩니다. 때로는 평생 모든 돈을 투자해 날리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뉴욕 주 법무부 차관이자 증권 투자자 보호 부서를 맡고 있는 오레스티스 미할리Orestes J. Mihaly에 따르면 이 기업들은 흔히 3단계를 밟아 전화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오프닝 콜’로, 판매사원이 근사한 이름과 주소를 내세워 자신을 훌륭한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설정하는 단계이다. 흔히 이 단계에서는 잠재 고객에게 기업에서 보내주는 문헌을 받으라는 요청에 그치곤 한다. 두 번째 전화는 구매 유도를 목적으로 한다. 판매사원은 처음에 엄청난 수익을 이야기하고, 그런 다음 이런 수익을 올릴 기회는 앞으로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고 못 박는다. 세 번째 전화는 고객에게 그 기회에 동참할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대단히 급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미할리는 이런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매자 얼굴 앞에 당근을 매달아두었다가 확 치우는 셈이죠. 고객들이 그것을 빨리 사도록 해야 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되죠.” 때로 세 번째 전화를 하는 동안 숨을 헐떡이며, “지금 막 거래소에 도착했다”라고 하는 판매사원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략에 넘어간 굴반은 평생 모아온 돈의 일부를 잃었다. 누군가 굴반에게 계속 전화를 해서는 뉴욕으로 1,756달러를 보내 은을 구매하라고 했다. 그리곤 또 전화가 계속 오더니, 이번에는 6,000달러를 원유에 투자하라고 설득했다. 그것도 모자라 9,740달러를 더 보냈지만, 수익이라고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가슴이 쿵 내려앉더군요. 제가 그렇게 탐욕을 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좀 더 편안한 미래를 바랬을 뿐인데요.” 결국 굴반은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저자의 한마디
희소성 원칙이 두 번째 전화와 세 번째 전화에 어떻게 적용되어, 굴반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 없이 빠르게 사도록’ 만들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누르면, (성급한) 반응이 온다. ⓒ 1983 by The New York Times Company. Reprinted with permission.

 — 자유의 침해에 대한 심리적 반발

앞에 제시한 증거들에서 설득의 달인들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희소성 원칙을 설득의 무기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런 심리 원칙들이 설득의 무기로 사용되면 매우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행동을 조종한다. 희소성 원칙이 위력을 발휘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근거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즉, 다른 설득의 무기와 마찬가지로 희소성 원칙이 의사결정의 지름길이 돼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쉽게 입수할 수 있는 대상보다는 입수하기 어려운 대상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어떤 품목의 입수 가능성을 바탕으로 그 품목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희소성 원칙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 원칙을 따르면 대체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희소성 원칙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독특한 근거가 있다. 선택의 기회가 줄어들면 우리의 자유가 축소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자유를 잃어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특권을 보존하려는 욕망은 심리적 반발 이론의 중심이다. 심리적 반발 이론이란 심리학자 잭 브렘Jack Brehm이 통제권 상실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설명하려고 개발한 이론인데, 이 이론에 따르면 자유로운 선택이 제한되거나 위협을 받으면 자유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자유(그리고 그와 결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갈구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제품이 희귀해지거나 다른 이유로 접근 가능성이 떨어지게 되면, 그런 제한에 대한 심리적 ‘반발’로 그 제품을 전보다 더 소유하고 싶어진다는 뜻이다.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지만 그 영향력은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 정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부터 정글에서 투쟁을 벌이는 혁명군 그리고 시장에서 과일을 거래하는 상인까지, 우리 행동의 많은 부분을 심리적 반발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사람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반발을 보이는 때가 언제인지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미운 두 살과 십대의 심리적 반발

아동심리학자들은 그 시기를 두 살 무렵으로 추정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운 두 살’로 알려진 시기다. 대부분의 부모가 이 시기부터 자녀들이 반항하기 시작한다고 증언한다. 두 살배기 아이는 외부 압력 특히 부모의 압력에 저항하는 데 놀라운 재주를 보인다. 이렇게 하라고 하면 저렇게 하고, 이 장난감을 주면 저 장난감을 달라고 한다. 억지로 안아올리면 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고, 억지로 내려놓으면 다시 안아달라고 마구 들러붙는다.

버지니아에서 실시한 연구는 생후 24개월 정도 된 ‘미운 두 살’ 남자아이들의 행동 패턴을 잘 보여준다. 남자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흥미로운 장난감이 두 개 놓여 있는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장난감 두 개 중 하나는 투명한 유리벽 앞에, 다른 하나는 유리벽 뒤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유리벽의 높이를 달리해 어떤 아이들한테는 손만 뻗으면 뒤에 놓인 장난감을 집을 수 있는 30센티미터 높이의 유리벽을, 또 다른 아이들한테는 유리벽을 돌아가지 않으면 장난감을 집을 수 없는 60센티미터 정도의 유리벽을 설치했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에 얼마나 빨리 손을 대는지 알고 싶었다. 실험 결과는 분명했다. 유리벽이 낮아 뒤에 있는 장난감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아이들은 유리벽 앞과 뒤에 있는 장난감 중 특별히 어느 한쪽을 선호하지 않았다. 유리벽 앞과 뒤의 장난감에 손을 대기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유리벽이 너무 높아 뒤에 있는 장난감을 쉽게 잡을 수 없는 아이들은 장애물 뒤의 장난감에 먼저 손을 댔다. 유리벽 뒤에 있는 장난감에 손을 댄 시간이 유리벽 앞에 있는 장난감에 손을 댄 시간보다 무려 세 배나 빨랐다. 이 연구에 참여한 남자아이들은 자유를 제한했을 때 미운 두 살배기가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 즉 철저한 반발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반발은 왜 두 살 무렵부터 나타나는 것일까? 아마 아이들 대부분이 이 무렵에 겪는 결정적인 변화와 관련 있을 것이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자신을 한 사람의 개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주변 환경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하나의 개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아 개념이 형성되면 필연적으로 자유라는 개념이 발달한다. 독립적인 존재란 선택의 자유가 있는 존재다.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들은 그 선택의 한계를 끝까지 탐색해보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두 살배기 아이가 끊임없이 부모의 뜻에 반항한다고 해서 놀라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는 신나는 사실을 막 깨달은 상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들은 그 작은 머리로 선택, 권리, 통제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제한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려는 아이들의 투쟁은 일종의 정보 탐색 과정으로 이해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 자신의 자유(동시에 부모의 인내심)의 한계를 치열하게 시험하면서 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통제받는 영역을 찾아내는 중인 것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부모라면 이럴 때 아이들에게 항상 일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미운 두 살은 심리적 반발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이지만,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는 성향은 평생에 걸쳐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성향이 특히 더 반항적인 형태를 보이는 연령대가 한 번 더 있는데, 바로 사춘기다. 자녀 교육에 정통한 이웃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꼭 이뤄지길 원하는 일이 있다면 이룰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하든가,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든가, 아니면 십대 자녀한테 그 일을 금지하면 됩니다.” 두 살 무렵과 마찬가지로 사춘기도 개성이 뚜렷해지는 시기다. 부모의 보호와 통제를 받는 어린아이에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성인으로 변해가는 시기인 것이다. 물론 사춘기 아이들은 성인으로서의 의무보다 권리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시기에 전통적인 부모의 권위를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 십대 아이들은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맞서 몰래 계략을 꾸미거나 대놓고 맞서 싸우게 된다.

청소년에게 부모가 지나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발생하는 ‘부메랑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만 한 것이 없다. 알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은 몬터규 가문과 캐풀렛 가문의 불화로 불행한 운명에 빠진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는 양가의 온갖 방해에 맞서 십대 남녀는 동반 자살이라는 궁극적인 자유의지의 실현으로 영원한 사랑을 쟁취한다.

청춘 남녀의 강렬한 감정과 열정적인 행동은 항상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당혹감을 안겨준다. 어떻게 그 어린 남녀가 그 짧은 시간 동안 그토록 헌신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낭만주의자라면 세상에 보기 드문 완전한 사랑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과학자라면 양가 부모가 개입해 젊은 남녀한테 심리적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처음부터 양가의 반대를 뛰어넘을 만큼 강렬하진 않았다. 나중에 양가의 반대라는 장벽이 생기자 더 열렬히 타올랐던 것이다. 차라리 마음껏 사랑하게 내버려뒀더라면 철없는 풋사랑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의 주인공일 뿐이기에 이런 질문과 대답은 가설과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에게서는 훨씬 확실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힌 연인들은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며 더 깊이 헌신하게 될까? 콜로라도 주에서 140쌍의 십대 연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확실하게 밝혀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부모의 반대는 서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며 각자의 부정적인 행동을 더 많이 지적하게 만들었지만 결국은 서로를 더 사랑하고 결혼을 더 갈망하게 만들었다. 연구 도중에도 부모의 반대가 심해지자 사랑이 더 강렬해졌고, 부모의 반대가 약해지자 로맨틱한 감정도 시들해졌다.

독자 편지 6.3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에서 한 여성이 보낸 편지
지난 크리스마스에 스물일곱 살 된 남자를 만났습니다. 저는 열아홉 살입니다. 사실 그 남자는 제 이상형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데이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마 저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와 데이트를 하면 왠지 모르게 제 지위도 높아진 기분이 들어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트를 하면서도 남자에게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남자 나이가 많다고 걱정하기시작하면서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가족들이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저는 그 남자가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섯 달 동안 사귀었습니다. 부모님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한 달 만에 끝났을 관계였는데 말이죠.
저자의 한마디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래전에 고인이 됐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아직도 살아남아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 같은 곳에 주기적으로 출몰하는 듯하다.

욕망의 합리화

두 살배기 아이나 십대 청소년은 난폭하고 강력한 심리적 반발이 거의 일상화돼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연령대에서는 이런 반발의 에너지가 조용히 숨어 있다가 특별한 순간 간헐적으로 분출되곤 한다. 감정의 분출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방식으로 일어나므로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들뿐 아니라 법률을 제정하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 쇼핑객들은 공무원들이 연방 정부 가격 통제 청원서 배포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격 통제에 찬성하는 청원서에 더 많이 서명을 했다. 범법자 처벌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은 범법자의 생일에 처벌하는 빈도가 높았다. 범법자들이 생일을 빌미로 자비를 요청했을 때, 오히려 더 그랬다. 왜일까? 공무원들은 처벌을 결정하는 자신의 자유가 다른 상황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반발 반응이다.

조지아 주 케네소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케네소 시의회는 모든 주민이 총기 한 정과 탄약을 의무적으로 소지해야 하며, 이것을 위반할 경우 6개월의 감옥형과 벌금 200달러를 부과한다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시민들의 심리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미국 시민들이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해온 중요한 자유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시민의 의견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조례였기 때문이다. 반발 이론을 고려하면 케네소의 성인 5,400명 중 이 조례를 준수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례가 통과되고 3~4주 동안 케네소의 총기류 매출은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반발 원칙과 분명하게 모순되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총기 구입자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케네소의 총기 상점 주인들과 인터뷰를 해본 결과 총기를 구입한 사람들은 케네소 시민들이 아니라 대부분 광고를 보고 케네소로 총기를 사러 몰려온 외지인들로 밝혀졌다. 한 신문에서 ‘무기계의 편의점’으로 소개한 어느 총기 상점을 운영하는 도나 그린은 다음과 같은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 “장사는 정말 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온 외지인들이죠. 지역 주민 중에 법을 지키려고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습니다.” 조례가 통과된 후 케네소의 총기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정작 조례를 적용받는 지역 주민들은 총기를 구입하지 않았다. 그 조례로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은 외부인들만 조례를 따랐다.

그보다 10년 전 케네소에서 남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의회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인산염을 함유한 세제의 사용은 물론이고, 소유조차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연구에 따르면, 이 조례에 대한 마이애미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플로리다의 전통을 반영하듯 많은 마이애미 시민들이 밀수꾼이 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친한 친구나 이웃과 대형 트럭을 타고 인근의 다른 도시로 몰려가 인산염이 함유된 세제를 대량 구매해 돌아왔다. 사재기도 횡행해 심지어 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인산염 함유 세제를 사들인 가정까지 등장했다.

조례에 대한 두 번째 반응은 밀수나 사재기 같은 고의적인 반발보다 좀 더 미묘하고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손에 넣기 힘들면 더 갖고 싶어지는 성향에 따라 대다수의 마이애미 소비자들이 인산염 함유 세제를 전보다 더욱 좋은 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마이애미의 조례가 적용되지 않는 탬파 지역 주민들과 비교할 때 마이애미 지역 주민들은 인산염 함유 세제가 찬물에도 더 부드럽게 잘 녹으며 표백 효과와 얼룩 제거 효과도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조례가 통과되고 나자 인산염 함유 세제는 심지어 용기마저 더 사용하기 편리하게 디자인돼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자신이 확실히 누리던 자유를 갑자기 잃어버린 사람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이런 반응을 살펴보면 심리적 반발과 희소성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 그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받으므로 갖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커진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이 커진 이유가 심리적 반발 때문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깨닫지 못한다. 그저 대상을 ‘원한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다. 따라서 갑자기 자신의 욕망이 커진 것을 합리화하려고 그 대상에 뭔가 긍정적인 특징들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마이애미에서 인산염 함유 세제를 금지한 후 사람들이 인산염 함유 세제를 더 원한 것은 인산염 함유 세제의 세척력과 표백력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심리적 반발 때문에 그 세제에 대한 소유욕이 커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려고 틀림없이 품질이 더 좋으리라고 가정했던 것뿐이다.

검열의 작용과 반작용

금지한 것을 더 원하고 결국 그것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세제 같은 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 정보를 입수, 저장, 관리하는 능력이 부와 권력에 접근하는 중요 수단이 된 현대 사회에서는 정보를 검열하거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검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폭력적·선정적·정치적인 정보들을 접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는 다양한 자료가 축적돼 있지만, 실제로 그런 정보 검열이 이뤄질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다행히 정보 검열과 관련한 몇 가지 연구가 매우 일관성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어떤 정보를 검열하고 금지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금지 전보다 해당 정보에 더욱 호감을 보이면서 열렬히 원한다.

정보를 검열하면 사람들이 그 정보를 더 원하게 된다는 사실은 그다지 흥미로운 발견이라 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정보를 접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해당 정보를 더욱 신뢰한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학생들에게 남녀 공용 기숙사를 반대하는 연설을 금지하자 학생들이 남녀 공용 기숙사를 훨씬 더 강렬하게 반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대 연설을 듣지 못하자 오히려 반대 의견에 더욱더 동조하게 됐다. 그렇다면 특정 현안에 대해 불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일부러 자신의 주장이 검열받도록 만들어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주류 정치 집단의 일원 같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기 없는 자신들의 주의나 주장을 널리 알리려 애쓰는 것보다는 공식적으로 검열을 받아 그 검열 사실을 알리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미국 헌법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1조를 추가한 사람들은 철저한 시민자유주의자였을 뿐만 아니라 노련한 사회심리학자였던 셈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적 견해들이 비이성적인 심리적 반발의 과정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할 가능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인 견해만 검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性과 관련된 자료들도 접근이 제한되곤 한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경찰들이 ‘성인용’ 서점이나 극장 등을 강력 단속하는 경우겠지만, 학부모 단체나 시민 단체도 성교육 교재부터 학교 도서관 자료까지 혹시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지 검열을 실시한다. 두 경우 모두 선의인 것은 분명하지만 도덕성과 예술성, 학부모의 학교 통제, 수정 헌법 1조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 등이 개입하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그러나 순전히 심리학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강력한 검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퍼듀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를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어떤 소설의 광고를 보여줬는데,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성인용, 19세 미만 구입 금지’라는 문구가 박힌 광고를 보여주었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연령 제한이 없는 광고를 보여주었다. 연구진이 학생들에게 책에 대한 느낌을 묻자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금지에 대해 보이는 것과 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연령 제한 문구가 박힌 광고를 본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그 책을 더 읽고 싶어 했으며, 만약 실제로 읽는다면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교육 자료에서 선정적 내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우리 사회 특히 젊은이들이 성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퍼듀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나 다른 연구들을 살펴보면 검열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연구 결과에서 얻은 결론에 따르면, 검열은 학생들이 선정적 자료를 더 갈망하게 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자신이 선정적인 자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시각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공적 검열’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정치적 또는 성적인 자료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런 사전 검열뿐 아니라 사후에 벌어지는 또 다른 종류의 검열도 있다. 배심 재판을 하다 보면 먼저 어떤 증언이나 증거가 제시된 다음 판사가 적법한 증언이나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배심원들에게 무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판사의 행동도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일종의 검열로 보일 수 있다. 정보 제공을 금지하기는 이미 늦은 탓에 배심원에게 그 정보의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다. 정보를 무시하라는 판사의 명령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모든 정보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배심원단은 판사의 금지에 심리적 반발을 느껴 오히려 그 증거를 더 많이 고려하지 않을까? 연구 결과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접근을 제한한 정보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면, 상품을 넘어 메시지나 커뮤니케이션, 지식 정보 등에도 희소성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정보가 검열을 당해야만 사람들이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정보가 희귀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희소성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다고 여기는 정보를 보다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인다. 독점적인 정보가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이론을 가장 강력하게 입증하는 실험은 바로 우리 학과 학생이 실시한 실험일 것이다. 이 학생은 재학 당시 쇠고기 수입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는데, 마케팅 교육을 좀 더 받기 위해 다시 학교를 다녔다. 어느 날 내 사무실에서 희소성과 정보의 독점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눈 다음 이 학생은 자기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의 회사 고객들은 주로 슈퍼마켓이나 식품점 등에 쇠고기를 납품하는 유통업자들이었는데,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세 가지 방법으로 구매를 권유했다. 첫 번째 집단의 고객들에게는 평소처럼 제품 정보만 제공하고 주문을 받았다. 두 번째 집단의 고객들에게는 평소처럼 제품 정보를 제공한 다음 앞으로 몇 달 동안 수입 쇠고기 공급이 부족할 것 같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세 번째 집단의 고객들에게는 제품 정보와 앞으로 수입 쇠고기 공급이 부족할 것 같다는 정보 그리고 공급 부족과 관련한 정보는 사실 아무나 접할 수 없는 고급 정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비밀 정보원을 통해 은밀히 알아낸 독점 정보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이 마지막 집단의 고객들은 쇠고기 공급이 제한된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정보 자체도 제한돼 있다는 사실까지 접함으로써 두 가지 희소성 원칙을 적용받게 됐다.

실험의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직원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만한 재고가 없으니 당장 쇠고기를 더 수입하라고 사장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제품 정보만 제공받은 고객들에 비해 공급 부족과 관련한 정보를 함께 받은 고객들은 두 배나 많은 쇠고기를 구입했다. 하지만 정말 폭발적인 구매를 보여준 것은 공급 부족과 관련한 정보를 ‘독점 정보’라는 말과 함께 들은 고객들이었다. 이들은 평범한 제품 정보만 받은 고객들보다 무려 여섯 배나 많은 양을 구입했다. 쇠고기가 ‘희귀’해질 거라는 정보 자체도 ‘희귀’하다는 사실이 확실히 그 정보에 더 큰 설득력을 부여한 것이다.3


3. 사람들은 얻기 힘든 물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이러한 추정이 대체로 옳다는 연구는 Lynn, 1989과 McKenzie & Chase, 2010를 보라. 부족한 것은 가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워낙 깊게 뿌리박혀 있다 보니, 우리는 가치 있는 것은 희귀한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Dai, Wertenbroch, & Brendel, 2008). Jack Brehm은 1960년대 중반에 반발 이론을 만들었고(J. W. Brehm, 1966), 이후 많은 연구가 그 이론을 뒷받침해주었다(예를 들어, Burgoon et al., 2002; Bushman, 2006; Dillard, Kim, & Li, 2018; Koch & Peter, 2017; Koch & Zerback, 2013; Miller et al., 2006; Schumpe, Belanger, & Nisa, 2020; Zhang et al., 2011). 두 살배기 여자아이들은 높은 벽에 남자아이들처럼 반발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는 여자아이들이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에 반발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여자아이들은 물리적 장애물보다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제약에 더욱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 S. Brehm, 1981). 하지만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모두 18~24개월 사이에 자신의 ‘인지적 자아’를 처음 자각하며 자신을 개별 인간으로 보기 시작했다(Southgate, 2020; Howe, 2003).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처음 연구했던 논문은 Driscoll, Davis, & Lipetz, 1972이다. 그렇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부모들이 십대 자녀들의 연애 상대를 무조건 허락해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애라는 미묘한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십대들은 실수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에 연륜과 지혜를 쌓은 어른들이 지도해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청소년을 지도할 때 성인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십대들은 자신들이 이미 성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통제에는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짝짓기’라는 성인의 영역에서는 전통적인 부모의 통제 방법인 금지와 처벌보다 성인들의 설득 방법이라 할 수 있는 선호와 설득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몬테규 가문과 캐풀렛 가문의 비극은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지만, 젊은 연인의 풋풋한 사랑이 너무도 강력한 제재를 받다 보면 더 은밀하고 뜨겁고 비극적인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슈퍼마켓 쇼핑객들의 청원서 서명 연구는 Heilman, 1976을 보라. Moore & Pierce, 2016는 범법자들의 생일에 처벌 빈도가 높아진 현상을 연구했다. 이들은 이 현상을 여섯 번 연구했는데, 그중 한번은 워싱턴 주에서 13만 4,000건의 음주운전을 살펴본 후 경찰들이 범법자들의 생일에 더 가혹한 처벌을 내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산염 세제 금지 효과 연구는 Mazis, 1975; Mazis, Settle, & Leslie, 1973를 보라. 금지된 정보 연구에는 다양한 학자들이 참여했다(Ashmore, Ramchandra, & Jones, 1971; Lieberman & Arndt, 2000; Wicklund & Brehm, 1974; Worchel, 1992; Worchel & Arnold, 1973; Worchel, Arnold, & Baker, 1975; Zellinger et al., 1974). 상품 부족과 더불어 정보의 독점이 미치는 효과는 Amram Knishinsky, 1982의 박사 논문 주제였다. 이 실험에서는 윤리적인 이유로 고객들에게 언제나 진짜 정보를 제공했다. 실제로도 당시 소고기 수입이 곧 부족하리라고 예측되었고, 회사는 배타적인 정보원을 통해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


반발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접할 때, 그 정보가 자신을 설득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받아들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사람들은 우선 반발을 경험한다. 설득하려는 호소가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려는 자유를 제약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어놓는 설득의 달인이 되려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이러한 반발 반응과 맞서 싸워야만 한다. 때로는 근거를 제시하여 반발을 압도함으로써 약간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수신자가 과거의 호의에 갚아야 할 빚을 떠올리게 하는 정보(상호성)를 포함할 수도 있고, 동의를 받아 마땅한 멋진 사람(호감)이어서 일 수도 있고, 다른 많은 사람도 변화를 택했다는 근거(사회적 증거)일 수도, 전문가의 추천(권위) 때문일 수도, 아니면 변화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서(희소성)일수도 있다.

이처럼 더 강한 동기로 반발을 압도하는 대신, 애당초 반발의 강도를 줄임으로써 반발에 승리를 거두는 방법도 있다. 앞서 보았듯이, 변화에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술책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선택 모두가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실제로는 상대방을 한쪽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된다.

설득 대상이 된 사람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기 위해 특별히 개발한 설득 전략이 있다. ‘하지만 넌 자유야’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설득당하는 사람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자유를 강조하며 작동한다. 별도의 42건 실험에서 어떤 요구를 한 이후 “하지만 여러분은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어요.” 혹은 이와 유사하게 “물론, 마음대로 하세요.”와 같은 말을 덧붙였더니 설득의 비율은 오히려 상당히 증가했다. 게다가 이 기법은 다양한 요구에 적용할 수 있었다. 쓰나미 구호 기부금, (개인, 전화, 우편) 무료 설문 조사 참여, 길거리에서 버스비 주기, 외판원에게서 음식 구매하기, 한 달간 가정 쓰레기를 분류하고 기록하는 데 동의하기까지 다양하게 적용 가능했다. 결국 자유를 재설정하는 말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핵심 표현을 포함하지 않은 표준적인 요구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4


4. 설득 의도를 지각하면 반발이 생기고, 그 반발은 메시지의 효용성을 약화한다는 결론은 Thomas Koch(Koch & Peter, 2017; Koch & Zerback, 2013)의 연구 결과였다. “하지만 선택은 당신 자유예요”라고 말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테스트했던 학자는 Nicolas Gueguen과 그 동료들이었다(Gueguen et al., 2013; Gueguen & Pascual, 2000). 42건의 실험을 메타 분석한 학자는 Carpenter, 2013였다. 좀 더 최근에 Gueguen은 반발에 기반에서 허락을 얻어내는 또 다른 전략을 개발했다. “하지만 거절할 자유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승낙에 반발하는 반응을 줄이는 대신,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말로 거절에 반발하는 반응을 높인 것이다. 한 연구에서 아동보건기구에 기부금을 요청하며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자, 기부자 비율은 25퍼센트에서 39퍼센트로 늘어났다(Gueguen, 2016.)


— 희소성 원칙을 위한 최적의 조건

다른 설득의 무기와 마찬가지로 희소성 원칙도 유난히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순간이 있다. 그렇다면 가장 실용적인 방어 전략은 희소성 원칙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순간을 찾아내는 방법일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스티븐 워첼Stephen Worchel과 동료 연구진이 설계한 실험에는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 워첼이 사용한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피험자들을 상대로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과자 단지에서 과자를 하나씩 꺼내 맛을 본 다음 품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피험자 중 절반에게는 과자가 10개씩 들어 있는 단지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과자가 2개씩 들어 있는 단지를 건넸다. 희소성 원칙을 통해 예상할 수 있겠지만 과자가 2개 들어 있는 단지에서 과자를 꺼내 먹은 사람들이 10개 들어 있는 단지에서 과자를 꺼내 먹은 사람보다 과자를 더 높이 평가했다. 피험자들은 공급이 부족한 과자가 앞으로도 더 먹고 싶어질 것 같고, 시장에서도 잘 팔릴 것 같으며, 공급이 풍부한 똑같은 과자보다 값도 더 비싸 보인다고 평가했다.

코카콜라가 1985년 <타임>이 ‘10년 간의 마케팅 실패’라고 불렀던 역사적인 실수를 시작했을 때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당장 마케팅 전략을 바꿨을 것이다. 1985년 4월 23일,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의 전통적인 톡 쏘는 맛을 뺀 뉴코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 23일은 이런 뉴코크가 출시된 날이었다. 한 뉴스 보도에서는 “코카콜라는 이 결정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좌절과 분노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뱅고르에서 버뱅크까지, 디트로이트에서 댈러스에 이르기까지, 수십만 명의 코카콜라 애호가들이 들고 일어나 뉴코크의 맛을 비판하고 예전의 맛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당시의 소비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갑자기 코카콜라의 맛이 변한 것에 대한 분노와 열망이 결합되면서 나타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시애틀의 투자자인 게이 멀린스Gay Mullins가 ‘옛 콜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며 국가적인 유명인사로 떠오른 것이다. 그를 포함한 이 모임의 참가자들은 민사 · 사법 · 입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예전의 코카콜라 맛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예전 레시피를 공개하라는 단체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했고, 뉴코크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배지와 티셔츠를 수천개씩 만들어 팔았다. 뿐만 아니라 화를 못 이긴 시민들이 분노를 발산하고 자기 생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정작 예전 코카콜라와 뉴코크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멀린스 자신은 뉴 코크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흥미롭지 않은가? 멀린스가 부정했던 뉴코크가 사실 그에게는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 요구에 백기를 들고 다시 과거의 콜라를 생산하면서 회사 대표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시 회사 사장이었던 도널드 키우Donald Keough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미국의 미스터리, 사랑스러운 미국의 수수께끼입니다. 사랑, 자부심, 애국심을 측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이 현상도 측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나는 키우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이 현상은 미스터리가 아니다. 희소성 원칙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측면만 이해한다면 말이다. 특히 코카콜라와 같이 한 사람의 역사와 전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제품이 사라져 더는 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제품을 더욱더 원하게 마련이다. 두 번째, 이런 충동은 측정할 수 있다. 아마도 코카콜라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히 시장조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설득의 원칙을 찾는 사람들처럼 시장과 사람들의 반응을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코카콜라 사의 재무 담당자들이 시장조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신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몇 십만 달러 정도는 기꺼이 쏟아 부었을 것이다. 뉴코크에 대한 결정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981년에서 1984년까지 이들은 25개 도시의 20만 명을 대상으로 예전 코카콜라의 맛과 뉴코크 맛을 테스트해보았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 55대 45로 사람들은 뉴코크의 맛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몇몇 테스트에서는 시음용 콜라에 아무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 경우 참가자들에게 어떤 것이 뉴코크이고, 어떤 것이 전통적인 코카콜라인지 미리 알려주었다. 그러자 오히려 뉴코크의 선호도가 6퍼센트 더 증가했다.

“참 희한한 일이군. 그런데 왜 뉴코크가 출시되었을 때 예전 코카콜라를 더 좋아한다고 했을까?”라며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소성 원칙을 적용해보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맛을 테스트하는 동안 사람들은 뉴코크를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없었다. 따라서 어떤 것이 뉴코크이고 어떤 것이 전통적인 콜라인지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갖을 수 없는 물건에 강력한 선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 새로운 맛이 전통적인 맛을 대체하면서 더 이상 전통적인 맛을 돈 주고 살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구할 수 없는 맛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나의 요점을 다시 말하자면, 잘못 계획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뉴코크에 대한 선호가 6퍼센트 증가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회사에서는 이 결과를 완전히 엉터리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 좋아. 사람들이 새 콜라를 이렇게 좋아하니, 출시만 하면 매출이 엄청나게 오르겠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 6퍼센트는 자신이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물건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치솟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 결과들은 희소성 원칙이 놀랍도록 정확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일수록 더욱 갈망하며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쯤에서 앞에서 언급했던 과자 연구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가진 것을 빼앗겼을 때 더 큰 결핍을 느낀다

첫 번째 결과는 원래의 실험 과정을 약간 변형한 실험에서 나타났다. 과자 단지를 나눠주면서 일부 피험자들에게는 과자가 10개 든 단지를 제공했다가 나중에 갑자기 과자가 2개 든 단지로 바꿨다. 처음엔 충분했던 과자가 맛보기 직전 갑자기 희귀해진 것이다. 반면 다른 피험자들은 처음부터 과자가 2개 든 단지를 받았기에 과자가 희귀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희소성의 유형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했다. 우리는 원래 충분하다가 최근에 부족해진 것과 처음부터 계속 부족했던 것 중에 어떤 것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할까? 실험 결과는 상당히 분명했다. 계속 부족한 경우보다는 충분하다가 갑자기 부족해진 과자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원래 풍부한 것이 갑자기 부족해지면 결핍을 더 심각하게 느낀다는 사실은 과자 연구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부족 현상이 정치적 혼란이나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주장을 가장 강력하게 펼친 사람은 바로 제임스 데이비스James C. Davies다. 데이비스는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일정 기간 꾸준히 발전하다가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악화될 때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혁명가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착취를 가장 심하게 겪은 하층민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궁핍한 자신의 삶을 자연 질서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느 정도는 윤택한 삶을 경험한 사람들이 혁명가가 되기 쉽다. 어느 정도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경험하고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많은 것들을 빼앗기면, 사람들은 그것을 전보다 더 원하고 되찾기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일어났을 때 아메리카 식민지는 서구 사회에서 생활 수준이 가장 높으면서도 세금은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역사학자 토머스 플레밍Thomas Flemming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은 영국이 (세금을 부과해) 이런 풍요와 번영을 훼손하려 했을 때였다.

데이비스는 이 새로운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19세기 로드아일랜드 주에서 발생한 도어의 반란(Dorr’s Rebellion, 1842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헌법이 선거권을 지주 또는 그 장남으로 제한한 데 대한 불만으로 일어난 반란-옮긴이), 남북전쟁, 1960년대 도시 지역에서 발생한 흑인 폭동 같은 미국의 사례는 물론이고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이집트혁명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혁명과 반란, 내전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거의 모든 경우에 한동안 삶의 질이 향상되다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폭력적인 반란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1960년대 중반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인종 갈등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당시 ‘왜 지금 폭동이 일어났을까?’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흑인들은 300여 년 동안 대부분의 기간은 노예 상태로 또 해방 후에도 오랜 기간을 궁핍과 핍박 속에 보냈는데, 왜 하필 흑인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향상된 1960년대에 폭동을 일으켰을까? 데이비스가 지적했듯이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20년 동안 미국 흑인들의 정치·경제적 지위는 크게 향상되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주택·교통·교육 등의 분야에서 흑인에 대해 법적으로 엄격한 차별이 존재했다. 더욱이 교육 수준이 같아도 흑인 가정의 소득은 백인 가정의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5년 후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연방 법률에 따라 학교, 공공장소, 주택, 직장 등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공식·비공식적 모든 규제가 철폐됐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또한 흑인 가정의 소득이 교육 수준이 비슷한 백인 가정 소득의 56~80퍼센트 수준까지 증가했다.

그런데 당시의 사회 조건에 대한 데이비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급속한 성장의 결과로 형성된 성급한 낙관론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좌절을 겪게 됐다. 첫째, 실질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정치적·법적 변화만큼 쉽지 않았다. 1940~1950년대 대대적인 법률 개정 작업이 이뤄졌어도 흑인들은 거주와 교육, 취업 등의 영역에서 여전히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워싱턴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실생활에서는 패배했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한 예로 1954년 공립학교의 인종 통합 교육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4년 동안 흑인들은 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530건에 달하는 폭력 사건(폭발물 사용이나 방화 등의 방법으로 흑인 아동과 부모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 사건)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이런 폭력 사건들로 오히려 흑인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흑인에게 가한 폭력 사건이 한 해 평균 78건이나 발생하던 시절 이후로 다시 한 번 흑인들은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발생한 폭력은 교육 문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평화적인 민권 시위도 대중과 경찰의 적대적인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흑인들의 경제적 지위와 관련해서 또 다른 유형의 후퇴가 나타났다. 1962년 흑인 가정의 소득은 교육 수준이 비슷한 백인 가정의 74퍼센트대로 축소됐다. 데이비스의 주장에 따르면, 흑인들은 이 74퍼센트라는 숫자를 제2차 세계대전 이전과 비교하여 지속적으로 소득이 증가한 결과로 보지 않고, 1950년대 급증했던 소득 수준과 비교하여 단기적으로 소득이 감소했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1963년 버밍햄 폭동을 시작으로 수십 건의 폭력 시위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더니 결국 와츠와 뉴어크, 디트로이트 등지의 대규모 봉기로 이어지게 됐다.

대부분의 혁명이 보여준 역사적 패턴과 마찬가지로, 미국 흑인들도 일정 기간 사회·경제적 발전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후퇴하기 시작하자 더 크게 반발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통치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패턴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약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전혀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통적으로 억압받던 집단의 정치·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려 하면, 그 집단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이후에 한 번 부여했던 자유를 다시 빼앗으려는 기미가 보이면 엄청나게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을 예상해야 한다.

구소련의 사례를 보면 이런 현상이 모든 문화권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는 수십 년 동안 압제에 시달린 구소련 국민들에게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라는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새로운 자유와 권리, 선택권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정책 선회에 놀란 일부 관료와 군인, KGB 수뇌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고르바초프를 가택 연금하고 1991년 8월 19일 자신들의 정권 탈취 사실과 구질서로의 복귀를 발표했다. 전 세계는 유난히 압제에 순종적인 것으로 유명한 소련 국민들이 이번에도 소극적으로 쿠데타 세력을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임〉의 편집자 랜스 모로Lance Morrow도 이런 예상과 비슷한 의견을 발표했다. “쿠데타는 소련의 전통을 재확인하는 작업으로 보였다. 국민들은 쿠데타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즉시 우울한 체념에 빠져들었다. 소련의 본성, 소련의 역사로 회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개방 정책은 잠깐의 일탈이었을 뿐이다. 이제 비참하지만 정상적인 소련의 운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첫째, 고르바초프의 통치 방식은 국민에게 약간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던 차르나 스탈린 또는 그 밖의 압제적인 지도자들과 전혀 달랐다. 고르바초프는 국민의 권리와 선택권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새로 부여받은 이런 자유가 위협받자 국민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쿠데타 세력의 발표가 있은 지 몇 시간 만에 수천 명이 통행금지령을 위반하고 거리로 몰려나와 탱크를 에워싸고 군대와 대치하면서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개방 정책의 성과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시위가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지면서 겁에 질린 쿠데타 세력은 결국 시위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고르바초프에게 권력을 반환하고 용서를 빌었다. 쿠데타 세력이 역사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이었다면, 전 국민의 저항 물결이 쿠데타를 좌절시킨 데 대해 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학이나 심리학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봤다면 불변의 진리를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부여했던 자유를 다시 회수하려 하면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역학관계는 국가뿐 아니라 가정에도 적용된다. 부모가 특권이나 규칙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면 자녀들에게 부지중에 자유를 부여했다 다시 빼앗는 효과가 나타나 반발을 유도하는 원인이 된다. 부모가 어느 때는 간식으로 과자나 사탕 등을 허락하고 또 어느 때는 금지하면 자녀들은 자유롭게 간식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간식을 금지하기가 어려워지는데, 자녀가 이미 부여받은 자유를 빼앗긴다고 생각해 반발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자유의 문제와 (지금 논의하는 주제와 잘 들어맞는) 과자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원래 없었던 것보다는 있다가 없어진 것을 더욱 갈망하는 성향이 있다. 그렇다면 일관성 없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대체로 더 반항적인 자녀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별로 놀랍지 않을 것이다.5


5. 그 유명한 초콜릿 칩 쿠키 연구는 Worchel, Lee, & Adewole, 1975를 보라. 뉴코크의 마케팅 전략은 Benjamin, 2015과 C. Klein, 2020을, 희소성과 반발 원리로 이 사건을 학문적으로 설명한 글로는 Ringold, 1988를 보라. Davies, 1962, 1969와 Fleming, 1997은 거듭된 박탈감을 정치적 혁명의 시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Lance Morrow, 1991는 소련 사람들이 쿠데타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부모가 일관성 없이 자유를 부여할 때 일반적으로 반항적인 아이들이 된다는 연구는 Lytton, 1979과 O’Leary, 1995를 보라. 이러한 반항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너무도 완고하게 규칙을 지키게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어쩔 수 없이 점심을 놓친 아이한테는 저녁식사 전에 간식을 줄 수도 있다. 이는 간식과 관련해 기본적인 규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간식과 관련해 일반적인 자유를 준 것도 아니다. 문제는 어느 날은 아이한테 간식을 허용하고 어느 날은 허용하지 않는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규칙을 변덕스럽게 적용할 때 생긴다. 이 자의적인 접근 방식이 아이에게 자유가 주어졌다고 지각하게 만들고, 이를 빼앗길 때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독자 편지 6.4
뉴욕에서 한 투자자산 운용자가 보낸 편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희소성 원칙과 관련해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을 빼앗겼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P&G 사가 최근 뉴욕 북부에서 기존에 제품 구매 시 제공하던 적립 쿠폰을 폐지하고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실험을 단행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곧 고객들의 불매운동과 항의시위, 불평불만이 이어졌습니다. P&G 측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쿠폰 사용률은 겨우 2퍼센트대에 지나지 않았고 쿠폰을 사용하면 같은 값을 치르고도 오히려 제품 구매가 더 불편했는데도 말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고객들의 반발이 일어난 것은 P&G가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고객들이 쿠폰을 ‘빼앗길 수 없는 권리’로 보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무리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도 누군가 빼앗으려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강력히 반발하는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자의 한마디
P&G 경영진은 고객들의 이런 비합리적 반응에 당황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거기에 기여한 면도 있다. P&G는 수십 년 동안 적극적으로 쿠폰을 발행함으로써 고객들이 쿠폰을 당연히 받는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래 보유한 권리일수록 빼앗기지 않으려고 더 격렬히 저항한다.

희소 자원을 둘러싼 어리석은 경쟁

과자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희귀한 자원에 반응하는 방법과 관련해 또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과자가 풍부할 때보다 부족할 때 그 과자를 높이 평가하고, 처음엔 풍부했던 과자가 갑자기 부족해질 때 역시 더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부족해진 과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과자는 무엇일까? 바로 과자를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즉 수요 초과로 공급이 부족해진 경우다.

일부 피험자들에게 처음에 과자가 10개 든 단지를 제공했다가 나중에 과자가 2개 든 단지와 바꿔줬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연구진은 단지를 바꿔주면서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일부 피험자에게는 연구에 참여하는 다른 피험자들에게도 과자를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1인당 과자 제공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또 다른 피험자들에게는 연구진이 실수로 처음에 과자를 잘못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1인당 과자 제공량을 줄이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피험자들이 연구진의 실수 때문에 줄이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피험자들보다 과자를 더 높이 평가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 즉 수요 초과로 과자 공급을 줄였다는 설명을 들은 피험자들이 과자를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는 한정된 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이 희귀해지면 더 갖고 싶어 하지만, 그 물건이 경쟁 상태에 있으면 그보다 훨씬 더 갖고 싶어 한다. 광고주들은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이용해 어떤 제품이 매진이 임박했으니 서둘러 구매하라고 종용하는 광고를 내보내곤 한다. 사람들이 영업 시작 전부터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나, 여러 사람이 슈퍼마켓 진열대에 달려들어 상품을 싹 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장면에는 평범한 사회적 증거 원칙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그 제품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도 전달하고 있다.

희귀한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는 기분은 매우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무관심하던 연인도 경쟁자가 나타나면 열정이 되살아난다. 따라서 자신을 흠모하는 사람의 존재를 밝히는(또는 꾸며내는) 것은 연인의 사랑을 얻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판매사원들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고객들을 상대로 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인이 ‘형세 관망’ 중인 고객을 거래로 끌어들이려면, 전화를 걸어 또 다른 고객이 집을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 해서 다음 날 다시 만나 거래 조건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새 고객은 완전히 꾸며낸 가상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주로 부유한 외지인들로 ‘세금 문제로 주택을 구매하려는 다른 주에서 온 투자자’, ‘이사를 고려 중인 의사 부부’ 등이 새로운 고객으로 가장 자주 등장한다. 부동산 중개인들 사이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기’라고 불리는 이 전략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경쟁자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구매를 망설이던 사람이 갑자기 서두르게 되기 때문이다.

한정된 물건을 놓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다 보면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규모 정리 세일 등에서 구매에 너무 열중하다 감정적으로 변하는 고객들이 바로 그런 사례다. 경쟁자들이 몰려들면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을 제품을 차지하려고 서로 밀쳐가며 몸싸움을 벌인다. 이런 행동을 보면 동물들이 무리지어 있을 때 서로 먹으려고 미친 듯이 경쟁하는 ‘광란의 먹이 쟁탈전’이 떠오른다. 전문 낚시꾼들은 이런 현상을 이용해 먼저 밑밥을 던져 넣어 물고기 떼를 모은다.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를 퍼덕이며 밑밥 주변으로 몰려와 서로 먹겠다고 입을 뻐끔거린다. 바로 이 순간 미끼 없이 낚싯바늘만 달린 낚싯줄을 물속에 던져넣으면, 밑밥에 눈이 먼 물고기들이 텅 빈 낚싯바늘인 줄도 모르고 무조건 달려들어 물어버리기 때문에 시간과 돈을 절약하면서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전문 낚시꾼들과 백화점들은 이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낚아 올리고 싶은 고객 또는 물고기에게 경쟁적 열정을 일으킨다. 물고기를 끌어들이고 자극하기 위해 낚시꾼들은 미리 밀밥을 뿌려둔다. 마찬가지 목적으로 할인 판매에 들어가는 백화점들은 ‘미끼 상품’이라 붙리는 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몇 개 골라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다. 그러면 물고기 떼가 밑밥에 몰려들듯 수많은 사람들이 미끼 상품을 구매하러 백화점으로 몰려온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경쟁하다 보면 점점 흥분해 맹목적으로 변해버린다. 물고기나 사람이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리고 경쟁의 대상이 된 목표물을 향해 무조건 달려드는 것이다. 빈 낚싯바늘을 물고 갑판에서 퍼덕거리는 참치나, 백화점에서 잡동사니를 한아름 사들고 돌아와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한정된 자원을 놓고 벌이는 이런 격렬한 경쟁이 낚시터나 백화점같은 평범한 환경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1973년 배리 딜러Barry Diller가 내린 놀라운 구매 결정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딜러는 미국 ABC 방송국의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이었고, 훗날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폭스 TV의 수장을 지낸 교양있고 세련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포세이돈 어드벤처>라는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1회 방영하기 위해 33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이 금액은 그때까지 텔레비전 1회 방영에 대한 대가로는 최고 금액이었던 영화 <패튼 대전차 군단>의 200만 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사실 ABC는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한 탓에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한 번 방영하고 100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 NBC 방송국의 특별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이었던 빌 스토크Bill Storke는 이렇게 단언했다. “본전을 회수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혀요.”

딜러처럼 노련하고 빈틈없는 경영자가 어떻게 손실이 100만 달러나 예상되는 계약에 합의했을까? 그 답을 알려면 계약의 또 다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이 계약이 바로 네트워크 방송국들이 영화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구매한 최초의 경우였다는 점이다. 그전에는 3대 네트워크 방송사가 그런 식으로 희귀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경쟁 입찰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제작한 대담한 제작자 어윈 앨런Irwin Allen과 20세기폭스 사의 부사장 윌리엄 셀프William Self의 작품이었다. 이들은 그 아이디어의 결과에 매우 흡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영화의 판매 가격을 그토록 부풀려놓은 것이 영화가 지닌 블록버스터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경쟁 입찰이라는 형식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입찰에 참가했던 당사자들의 말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발언은 경쟁 입찰에서 승리를 거둔 배리 딜러가 방송국의 향후 정책을 설명하면서 언급했다. 이를 악물고 뱉어내는 듯한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ABC는 앞으로 다시는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좀 더 흥미로운 발언은 딜러의 라이벌이었던 CBS 방송국 사장 로버트 우드Robert Wood의 다음과 같은 말이다. 그는 입찰 당시 거의 제정신을 잃고 경쟁사인 ABC와 NBC보다 계속 높은 입찰 금액을 써냈던 사람이다.

처음에는 모두 이성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방영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해 신중하게 매입 가격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다 입찰이 시작됐죠. ABC가 먼저 200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제가 240만 달러로 받았고, ABC가 다시 280만 달러로 올리더군요. 분위기가 점점 가열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계속 가격을 올렸습니다. 결국 저도 320만 달러까지 불렀죠. 그러다 한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맙소사, 이런 식으로 낙찰을 받다니 도대체 어쩔 셈이지?’ 마침내 ABC가 나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안도감까지 느껴지더군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MacKenzie, 1974, p. 4).

우드를 인터뷰했던 밥 맥켄지Bob MacKenzie에 따르면 우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다시는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던 ABC 방송국 부사장 딜러의 얼굴은 딱딱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없었던 이유는 한쪽이 100만 달러라는 수업료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행히 이들의 사례에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매우 가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모두가 열렬히 갈망하던 대상을 ‘놓친’ 사람이 미소 짓는다는 점이다. 소동이 가라앉고 나서 패자가 마치 승자처럼 의기양양해 보인다면, 그 소동을 일으킨 상황 자체를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 경우엔 바로 희귀한 자원을 놓고 벌어진 공개 경쟁이었다. 텔레비전 방송국 경영진이 깨달았듯이 희귀한 자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마다 우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취해야 한다.6


6. 광고업자들은 메시지에 제한된 수량 혹은 제한 시간이라는 형식을 이용한다. 현재까지는 제한 시간 전략이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1만 3,594건의 신문 광고를 분석한 결과, 제한 시간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제한된 수량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세 배나 많았다(Howard, Shu, & Kerin, 2007).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두 가지 전략 중에 선택이 가능할 때는 제한된 수량을 제시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그쪽이 결과가 더 좋기 때문이다. 제한된 수량 전략만이 상호개인적인 경쟁이라는 (잠재적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Aggarwal, Jun, & Huh, 2011; Haubl & Popkowski Leszczyc, 2019; Teuscher, 2005).


나만의 독특함을 과시하는 차별화 전략

사람들은 희귀한 자원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척한다. 때로는 이 특징을 좀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싶을 때도 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사랑에 빠져 있을 때이다. 연애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잠재적 연인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놀라운 창조성을 과시할 수도 있고,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만한 장소를 찾기도 한다. 나는 동료 학자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아트 뮤지엄 광고를 만들어본 적이 있다. 뮤지엄 이름과 사진이 함께 실린 광고였다. 광고 제목은 ‘무리에서 두드러져라’였다. 광고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아트 뮤지엄 관람 욕망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하지만 이는 <라라랜드>라는 낭만적인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만 일어났던 현상이다.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무리에서 두드러지도록) 뮤지엄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그다지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취향도 우리가 독특함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영역이다. 보통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의견과 믿음을 가지려 하고, 그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향의 문제, 다시 말해 옷, 머리 모양, 향수, 음식, 음악 등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취향의 문제에서도 특히 내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집단 압력은 강력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내집단 성원들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욕망과 집단에 복종하는 욕망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내집단 과반수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면 일반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브랜드의 색채와 같이 가시적인 차원에서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볼 때, 지도자들이 자기 집단의 모든 구성원을 목표에 순응하게 만들고 싶다면 성원들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목표에 순응하지는 않게 만들어 줌으로써, 남과 달라지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다.

지도자들은 개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요소인 명예롭게 얻은 특색 있는 상징을 다룰 때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한 일이라도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14일, 거의 모든 미군이 전투모를 검은 베레모로 바꾸었다. 그 이전까지 검은 베레모는 특별 훈련을 받은 정예 전투부대인 미 육군 특공대의 상징이었다. 미국 육군 참모총장 에릭 신세키Eric Shinseki는 이 명령을 내리며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고 했고, 이제 군은 하나로 통합되어 ‘군 우월성의 상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검은 베레모를 지급받은 수없이 많은 군인 중 그의 기대와 부합된 행동을 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이 명령은 전 · 현 특공대원 사이에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들은 검은 베레모의 배타적 상징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특공대 중위 미셀 하이어는 “웃기는 일입니다. 검은 베레모는 특공대가 다른 부대와 차별성을 얻기 위해 힘들게 노력했던 결과물입니다. 이제 베레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참모총장의 명령은 두 가지 면에서 잘못이었다. 하나는 특색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검은 베레모의 자부심은 그 배타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베레모가 더 이상 특공대의 전유물이 아닌 상황에서 검은 베레모를 받는 사람에게 그 가치는 물론 상징으로서의 가치도 사라졌다. 검은 베레모가 특별한 의미를 획득하는 데 이바지했던 사람들에게 그 배타성을 잃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고, 격렬한 비판의 소용돌이를 불러왔다. 에릭 신세키 장군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그는 쉽사리 명령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도 진지하고 공개적으로 검은 베레모의 가치를 군 전체의 단결을 위해 이용하기로 천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쩔 수 없는 입장 철회는 군을 지휘하는 장군으로서의 위신이 손상되는 일이었다.

해결 방안은 직관적이었다. 그는 특공대에게 검은색을 제외한 다른 색을 선택하여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특공대는 사슴 가죽색을 선택했다. 그 색은 이제 특공대를 나타내는 베레모 색이 될 것이다(지금도 특공대는 자랑스럽게 그 색을 선택하고 있다). 훌륭한 선택이다. 그리고 신세키 장군은 자신이 원했던 대로 검은 베레모를 군인 대부분에 씌웠다. 군인들도 돋보이는 새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했다. 게다가 특공대는 큰 변화 속에서도 나름의 독특한 특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두 배로 훌륭한 선택이다.7


7. 새로운 연애 가능성이 보일 때,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Miller, 2000는 동물 연구를 통해서, Griskevicius, Cialdini, & Kenrick, 2006는 인간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후자의 연구에서, 낭만적인 상태가 된 대학생들은 더 많은 창의성을 나타냈다. 인간들 사이에서의 효과가 대학생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청색 시대, 장밋빛 시대, 큐비즘 시대, 초현실주의 시대와 같이) 피카소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항상 각각 그 시기를 대표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리스케비시우스(Griskevicius)는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시대는 새로운 여성 그림과 함께 활짝 피어났다. 그 여성들은 모델이 아니라 연인들이다. 그 하나하나는 피카소에게 일시적이긴 했지만, 눈부신 뮤즈였다.”(Crespelle, 1969; MacGregor-Hastie, 1988). 샌프란시스코 뮤지엄 오브 아트를 위한 광고 연구를 주도했던 사람도 성이 그리스케비시우스였다(Griskevicius et al., 2009). 사람들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같은 의견을 갖고 싶어 하지만, 취향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은 Spears, Ellemers, & Doosje, 2009에 의해 검증되었다. 내집단 성원들이 자신의 개인성을 표현하려는 욕망과 집단 취향 선호에 순응하려는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연구로는 Chan, Berger, & Van Boven, 2012을 보라. 신세키 장군이 검은 베레모를 미 육군 대다수에게 씌우기로 한 결정의 이론적 배경, 그리고 그 결정이 낳은 문제와 해결은 미군 관영 신문 Stars and Stripes, October 20, 2000를 보라.


— 희소성 원칙에 대응하는 자기방어 전략

희소성 원칙의 영향력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대비책을 세우는 일은 만만치 않다. 희소성 원칙이 작동하면 무엇보다 우리의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상을 손에 넣지 못하면 사람에게는 신체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특히 누군가와 직접적인 경쟁 상황에 돌입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시야가 좁아지고 감정이 격해진다. 이런 식으로 격한 감정들이 폭발할 때는 인지적이고 합리적인 면이 위축되므로 차분하게 심사숙고하기가 불가능해진다. CBS 방송국 사장 로버트 우드가 <포세이돈 어드벤처> 공개 입찰과 관련해 언급했듯이 ‘광기에 사로잡히면 이성 따윈 멀리 던져버리게 된다.’

따라서 희소성 원칙이 위력을 발휘하는 원인과 작동 방식을 아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방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안다’는 것은 인지적인 행위인데 희귀한 대상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인지작용 자체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희소성 원칙을 이용한 전략들이 그토록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희소성 원칙이 효과를 발휘하면, 우리의 어리석은 행동을 막아줄 첫 번째 방어선인 논리적인 상황 분석 자체가 어려워진다.

희소성 원칙을 알고 있는데도 격렬한 감정 때문에 이성이 마비돼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그런 경우에는 격렬한 감정 자체를 경고 신호로 삼아 주짓수 고수처럼 상대의 힘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면 된다. 상황 전체를 지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내면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감정의 흐름을 경고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다. 누군가 우리를 설득하려는 상황에서 갑자기 강렬한 감정이 느껴지면, 상대가 희소성 원칙을 전략으로 사용한다고 직감하고 적절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신호로 삼아 마음을 진정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희소한 대상 앞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을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서 다음에 취할 행동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바탕이 마련됐을 뿐이다.

다행히 희소한 대상 앞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있다. 앞에서 소개한 과자 연구에서 연구진은 희소성 원칙이 가진 특징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피험자들은 과자가 희소해지면 그 가치는 더 높이 평가했지만 맛을 더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다. 결국 희소성은 과자에 대한 욕망을 키울 수는 있어도(피험자들은 희소한 과자를 더 손에 넣고 싶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과자의 맛에 대한 평가는 조금도 높이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희소한 대상을 사용하는 데서가 아니라 소유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대상에 대해 희소성의 압력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그 대상에서 원하는 것이 소유 가치인지, 사용 가치인지 자문해야 한다. 만약 희소한 대상을 갈망하는 이유가 그것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사회적·경제적·심리적 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그때는 희소성의 압력에 굴복해도 된다. 희소성의 압력을 통해 자신이 그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넣기 어려울수록 가치는 더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소유하는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뭔가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을 먹고, 마시고, 만지고, 듣고, 운전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이런 때에는 어떤 대상이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맛있고 더 느낌이 좋고 더 운전이 잘 되고 더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상당히 간단한 원리인데도 희소한 대상을 손에 넣고 싶다는 마음이 발동하기 시작하면 이런 원리를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 가족 중에 적당한 사례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내 동생 리처드는 이 간단한 원리를 망각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성향을 이용해 대학 학비를 혼자 힘으로 해결했다. 리처드의 전략은 매우 뛰어나 주말에 몇 시간씩 일해서 번 돈으로 등록금을 전부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리처드는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자동차 대리점이나 중고차 매장 등에서 판매한 것이 아니었다. 주말에 신문 광고를 통해 개인적으로 중고차를 한두 대 구입해서 깨끗이 손질한 다음 신문 광고를 통해 이윤을 붙여 되파는 식이었다. 이런 전략으로 이익을 보려면 반드시 세 가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첫째, 정확한 중고차 시세를 파악한 뒤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고차를 매입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단 중고차를 매입하고 나면 구매자의 흥미를 일으킬 만한 신문 광고 문구를 제작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고객이 찾아오면 희소성 원칙을 활용해 고객의 구매 욕구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리처드는 세 가지 기술에 능수능란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관심사와 가장 관련이 깊은 세 번째 기술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리처드는 주말에 중고차를 구매해 깨끗하게 손질하고 그다음 주 일요 신문에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문구 제작 솜씨가 워낙 탁월해 대개 일요일 아침부터 여러 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객이 관심을 보이며 자동차를 직접 보고 싶어 하면 방문 약속을 잡되 모든 문의 고객에게 ‘같은 시각’을 정해줬다. 만약 여섯 명의 고객과 약속을 잡는다면 전부 같은 날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하는 것이다. 겹치기 약속이라는 이 사소한 전략이 나중에 자동차를 판매할 때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일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잠재 고객은 자동차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혹시 어떤 흠이나 결함이 있지는 않은지, 가격 협상은 가능한지 등을 알아보며 전형적인 구매자의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두 번째 잠재 고객이 등장하면 첫 번째 고객의 심리 상태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두 고객 모두 자동차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한된 것이다. 종종 먼저 도착한 고객이 갑자기 질투심이 발동해 자신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잠깐만요. 제가 먼저 왔는데요.” 만약 첫 번째 고객이 우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리처드가 대신 상황을 정리해준다. 두 번째 고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죄송합니다만, 이쪽 분이 먼저 오셨거든요. 이분이 차를 다 둘러보실 때까지만 잠깐 저쪽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이쪽 분이 차가 마음에 안 드신다거나 결정을 못 내리겠다고 하시면 바로 차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리처드에 따르면 이때부터 첫 번째 고객의 얼굴에 불안감이 번지기 시작한다. 자동차의 장단점을 따지며 여유롭게 구매 결정을 내리는 처지에서 졸지에 경쟁이 치열한 대상을 앞에 놓고 당장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몇 분 안에 리처드가 제시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지 않으면 저쪽에서 기회만 엿보는 두 번째 고객에게 자동차를 빼앗기게 된다.
두 번째 고객도 한정된 자원을 놓고 첫 번째 고객과 경쟁을 벌이니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그 역시 경쟁 때문에 갑자기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자동차를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마음에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다. 처음 도착한 고객이 구매를 꺼리거나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바로 달려들어 자동차를 낚아채려는 심산이다.

만약 이 정도 상황에서도 바람직한 구매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 번째 잠재 고객이 등장하는 순간 상황이 마무리 된다. 리처드에 따르면, 경쟁이 이 정도까지 격화되면 대개 첫 번째 고객이 리처드가 제시한 가격에 그냥 구매 결정을 해버리거나 아니면 도저히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구매를 포기하고 떠나버린다. 그러고 나면 두 번째 고객이 허겁지겁 달려와 첫 번째 고객이 떠난 데 대한 안도감과 세 번째 고객이 등장한 데 대한 경쟁심이 결합된 복잡한 감정 상태로 구매를 결정한다.

동생의 대학 교육에 공헌해준 수많은 고객들은 자신들의 구매 결정과 관련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바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던 것은 자동차의 성능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리처드가 꾸민 상황 자체가 고객들이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둘째, 그 결과 애초에 자신이 차를 구입하려던 이유가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다. 희소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 처하자 자동차를 ‘소유’라는 관점에서 맹목적으로 갖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요인은 그들이 자동차를 원하는 진짜 이유, 즉 자동차를 사용하는 문제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

따라서 설득 상황에서 희소성 원칙의 압력이 느껴질 때는 앞에서 설명한 2단계 방어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희소성 원칙의 영향을 받아 감정적으로 격렬한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하자마자 그것을 신호로 삼아 얼른 상황 정리에 들어가야 한다. 설득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흥분하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얼른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성적인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 자신이 그 대상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본다. 대상을 소유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나오면 제품의 희소성을 기준으로 삼아 제품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을지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만약 제품을 원하는 이유가 주로 기능적인 것(먹고 마시기 위한 것이나 운전하기 위한 것 등)이라는 답이 나오면 구매를 고려 중인 제품이 희귀하든 풍부하든 기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희소한 과자라고 맛이 더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8


8. 수량이 부족하면 감정이 동요하고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자료는 Shah et al., 2015; Zhu & Ratner, 2015; Zhu, Yang, & Hsee, 2018를 보라. 이렇게 제품 부족을 이용하는 기만적인 마케팅(‘조작된 희소성’manufactured scarcity)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www.wired.com/2007/11/best-buy-lying; www.nbcnews.com/technolog/dont-blame-santa-xbox-playstation-supply-probably-wont-meet-demand-6C10765763). 하지만 켈로그는 이러한 기만 마케팅을 오히려 자사 제품인 라이스 크리스피 트리트(Rice Krispies Treats)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근거로 공개하기로 했다(www.youtube.com/watch?v=LKc0Gtt91Js).


독자 편지 6.5
폴란드에서 한 여성이 보낸 편지
몇 주 전 저도 이 책에서 소개한 기술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제가 평소 남의 설득에 쉽게 넘어가는 성격도 아닌 데다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던 중이라 그런 전략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당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슈퍼마켓에 갔는데 소규모 시음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상냥한 판촉사원이 음료 한 잔을 권하더군요. 맛을 봤더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판촉사원이 음료 맛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괜찮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음료 네 캔짜리 세트를 구매하라고 권했습니다(일관성 원칙, ‘맛이 괜찮다고 했으니 구매해야 한다’와 상호성 원칙, ‘먼저 공짜 음료를 받았으니 보답해야 한다’). 저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판촉사원도 포기하지 않더군요. “그럼 한 캔만 구매하시겠어요(‘거절 후 양보’ 전략)?” 하지만 저도 만만히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판촉사원은 이 음료가 브라질에서 수입한 제품이라 앞으로 슈퍼마켓에서 또 구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희소성 원칙에 걸려들었고 결국 한 캔을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음료를 마셔보니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별로 대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업사원들이 모두 그렇게 인내심이 강하고 집요하진 않다는 점입니다.
저자의 한마디
희소성 원칙을 알고 있었는데도 거기에 걸려들어 원하지 않는 제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지 않은가? 희소성 원칙을 제대로 방어하려면 희소한 과자와 마찬가지로 희소한 음료라고 맛이 더 좋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야 했다.

KEY POINT

◆ 희소성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입수하기 힘든 대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희소성 원칙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한정 판매’와 ‘마감 시간’ 전략이다. 설득의 달인들은 우리가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가치 있는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득하려 든다. 이러한 설득 전략은 손실 회피 경향과 관련이 있다. 손실 회피 경향이란 사람들이 같은 가치가 있는 물건을 얻는 것보다는 잃는다는 생각에 더 많이 동기 부여되는 경향을 가리킨다.

◆ 희소성 원칙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체로 입수하기 어려운 것은 귀중한 것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름길 원칙에 따라 입수하기 어려운 물품이나 체험은 질이 뛰어나다고 결정해버린다. 둘째, 뭔가를 입수하기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를 잃었다는 느낌이 든다. 자유를 잃어버리면 결국 ‘심리적 반발’의 원리에 따라 그 대상(그리고 그 대상과 관련한 상품이나 서비스까지)을 더욱 간절히 원한다.

◆ 심리적 반발은 평생에 걸쳐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유난히 심리적 반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연령대가 있는데, 바로 미운 두 살과 사춘기다. 모두 자아 개념과 개성이 발달하는 시기이며 이 시기의 아이들은 통제, 권리, 자유 같은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여러 가지 제한과 규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 희소성 원칙은 상품의 가치뿐 아니라 정보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어떤 메시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더 접근하고 싶어 할 뿐 아니라 더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다. 접근을 제한한 정보가 더 높은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놀라운 발견이다. 정보 검열이 이뤄지는 경우 사람들이 그 정보를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그 정보에 설득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 정보가 독점적인 정보일 때 가장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

◆ 희소성 원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에서 효과를 발휘할 확률이 가장 높다. 첫째, 기존에 풍부하던 어떤 대상이 갑자기 희소해지면 가치가 급격히 높아진다. 처음부터 수량이 한정적이던 대상보다 최근에 희소해진 대상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둘째, 희소한 자원에 가장 강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놓고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 희소한 대상을 접하면 사람은 감정적 동요를 일으켜 사고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지적인 방법의 방어 전략은 별로 효과가 없다. 차라리 희소한 대상을 접할 때 일어나는 감정의 동요에 관심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 일단 감정의 동요를 알아차리면, 먼저 흥분한 감정부터 진정시키고 자신이 그 대상을 원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검토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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