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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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소중했던 것, 그러나 지금은 잃어버리고 없는 것이 있나요? 그런데 다시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혹시 무엇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나요?

저에게 있어 그것은 ‘음악’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참가하는 지역 대회마다 1등을 휩쓸어서 가수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서 어쩔 수 없이 그 꿈을 접어야 했던 그런 스토리는 아닙니다. 뭔가 아쉽네요. 노래를 잘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죠. 전 제 결혼식 축가도 시원하게 망쳐버렸거든요. 아무튼 전 가수를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음악은 매우 소중했지만, 읽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오랜 친구입니다. 오늘은 살아오면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릴 적 제가 주로 음악을 접하는 통로는 라디오였죠.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쉽게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듣는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지금은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유튜브나 멜론에서 어떤 제약도 없이 들을 수 있는 편리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과거 인터넷이 없던 때는 카세트테이프가 음악을 듣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어요. CD조차 제법 뒤늦게 나온 거였고요. 그래서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앨범을 소장해야 하는 시대였습니다. 타이틀곡 하나만 듣고 싶어도 앨범을 사야했고요.

물론 당시 인기 순위에 올라온 노래만 듣고 싶어 하는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최신가요를 모아놓은 테이프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구매하거나 친구에게 빌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앨범을 구매할 때는 타이틀곡 하나가 좋다고 구매하기에는 쉽지 않았어요. 먼저 소장한 친구에게 빌려서 노래 전체를 한번 다 들어보고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300에서 멋있는 전투 장면 5분만 보고 싶다고 영화를 소장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듣고 싶은 노래 한 곡을 위해서 앨범을 구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용돈도 없는 학생 신분에서는 말입니다. 그래서 타이타닉 OST를 살 때 엄청나게 고민했었습니다. 주변에 이 앨범을 소장한 사람도 없고, 관심이 있는 사람도 없어서 듣고 살 수가 없었으니까요. 계산대에서 계산이 끝날 때까지 심하게 갈등했었죠. 그런데 막상 듣고 보니 너무 좋아서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래서 앨범을 듣는다는 것은,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가 하나의 이야기인 거죠. 그리고 이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곡의 구성을 보고 완성도를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마음먹고 음악을 감상하기로 했다면, 한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을 확보해 논 상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일이었습니다. 중간에 한번 테이프를 뒤집어 주는 것을 포함해서요. 코스요리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앨범 중 하나가 17개의 트랙이 있었던 휘성의 4집 ‘Love… Love…? Love…!’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로 일관성 있게 전개해 나가는 이야기는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이 앨범만 들었어요. 그럴만한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 당시 제가 내무실 최고참으로서 음악을 선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 후임이 하소연을 하면서 읍소를 했었는데요. 자신은 휘성을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는데, 저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휘성 노래를 다 외워서 따라 부르고 있다는 것이었죠. 심지어 타이틀곡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제발 다른 노래 좀 틀어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걸 대체하는 앨범이 없었기에 반년 동안 들어야 했습니다. 휴가 복귀자가 사서 온 신규 앨범을 틀었다가 실망하고 원복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군대처럼 인터넷이 없는 시기에는 노래를 듣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라디오였습니다. 라디오를 틀고 주파수를 돌리다 보면, 반드시 노래가 나오기 때문이죠. 물론 제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곡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습니다. 그리고 간혹 몰랐던 좋은 노래도 소개해 주니 고마운 일이었죠. 그래서 매일 라디오 켜고 살았습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재빨리 테이프에 녹음하곤 했습니다. 시간에 맞게 녹음을 켜고 끄는 것은 매우 긴장감이 넘치는 일이었고요. 그때 가장 짜증 나는 일은 라디오 DJ의 멘트가 노래와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한숨을 깊게 쉬면서 녹음을 취소하고 다시 시작 위치로 감아놓습니다. 간혹 정말 고맙게도 녹음을 시작하라고 배려해 주는 DJ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시작한 라디오였는데, 언제부턴가 라디오가 자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벽까지 라디오를 듣다가 자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죠. 지금으로 보면 유튜브를 틀어놓고 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라디오가 유튜브하고 다른 점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마치 공연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구성의 코너와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나누는 것, 게스트와의 호흡과 음악까지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흘러간다는 것이 참 대단하고 보였습니다. 그래서 라디오 DJ도 꽤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별이 빛나는 밤에’를 11년 동안 진행한 별밤지기 이문세가 참 대단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하차한 이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청쥐자들과) 함께 놀아주고 ‘가출해도 되요’라고 하는 입장이었다. 언제부턴가 선생님처럼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계도 적인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에 이젠 떠나야겠다. 같이 놀아주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적에게 넘겨주고 떠났다”

그의 이야기들 듣고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 팬이 떠올랐습니다. 여담이지만, 만약 지금 시대에서 피터 팬이 어른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그러면 팅커벨을 새장에 가둬놓고 유튜브를 찍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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