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에게 차인 공주님

작년 이맘때쯤이다. 상담실을 찾은 그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최근 반년간 만났던 남자친구와의 연애가 그녀를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놓았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그와의 첫 만남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의 외모가 특별히 뛰어났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평소 선호하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그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제가 그동안 잘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들만 만나다 보니까 항상 불안했어요. 저보다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자가 주변에 많으니까, 제가 차여도… 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해봤어요. 외모는 그냥 평범하지만 듬직하고 착한 남자 말이에요. 그러면 저만 바라보고 잘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을 마친 그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런데… 사귀고 나서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 달랐어요. 오히려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보다 더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이야기는 최근 미국 MZ 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슈렉킹(Shrekking)’이라는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외모적으로 특별히 끌리지 않는 상대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며, 그들이 자신을 더 잘 대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연애 패턴이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연애를 일종의 ‘거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외모’라는 조건 대신 ‘안정감’과 ‘헌신’을 얻고자 했던 선택이었던 것이다.

“저는 그 사람이 저를 예쁘다고, 자기 같은 사람한테는 저 같은 여자가 과분하다고 말할 때 기분이 좋았어요. 아, 이 사람은 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구나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은 연애에서의 ‘대우’가 외모의 등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더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자동으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상담 사례에서 드러나듯 외모와 상대방의 성격이나 배려심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상대의 외모와 관계없이, 그저 함부로 대하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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