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

상대방을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네ㅋㅋ 맞아요. 저는 원래 연애하면 다 퍼주는 스타일이거든요

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아요. 그러면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세요?

…아니요. 전 저를 별로 안 좋아해요.

왜 안 좋아할까요?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뭐 딱히 잘난 게 없으니까요.

그런 자신도 안 좋아하면서, 남자 친구는 사랑해 주길 바라고 있네요.

남자친구니까요… 그런 저라도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주어야 할 사랑까지 전부 다 주고 나면, 기분이 어때요?

편안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으니까요.

그럼 준 만큼 받지 못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그건 싫어요ㅋㅋㅋ 다는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는 받고 싶어요.

그래도 상대방은 받은 만큼 주려면… 대출해야하는거 아니에요?

많이요ㅋㅋ 근데 1금융권에서는 안 될걸요?

우리 담보가 부실해서?

제가 신용이 안좋거든요… 연체를 많이 했어요.

자신에게 줘야 하는 것과 미래에 줘야 할줘야할 사랑까지 모두 끌어왔으니까요.


서로가 너무 다른 거겠죠?

아니요. 다르게 아니라 틀린 거예요

사랑에 정답은 없다면서요?

네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오답은 있어요.

제가 오답인가요?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사랑이 틀린 거예요.


연애하지 않을 때는 어때요?

외로워요. 그래서 연애를 쉰 적이 거의 없어요.

외로워서 연애하는 거처럼 들리네요?

누군가 없으면 불안해요.

남자 친구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서 불안한가요? 남자 친구가 불안을 가져가지 않아서 불안한가요?

전 사랑이 아니라 불안을 주는 사람인가 봐요. 제가 편하기 위해서요. 너무 이기적이네요.

그 불안은 어디서 왔을까요?

제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인 것 같아요


애정결핍. 이 말은 진단명도 아니고 심리학 용어도 아닙니다.

단지 지금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뿐입니다.

배가 고프다는 상태처럼 말입니다.

만약, 배가 너무 고파서 죽을 것 같다면,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냉장고로 가야겠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예의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애정결핍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특히, 연애라는 관계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애정결핍이라며 부끄럽게 고백하는 내담자들을 봐도 그런 듯합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배고프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 배가 너무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주변에 다 들릴 정도로 크다면, 조금 부끄러울 수는 있겠네요.

그러나 너무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은데 아무도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면, 서서히 굶어 죽어가겠죠.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게 당연하듯이, 애정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밥을 먹어봐야 다른 사람에게 밥을 차려줄 수 있듯이, 애정을 받아 받지 않으면 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시간이 오래되면, 나중에는 애정을 주려는 사람이 나타나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개봉했습니다. 시즌 2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을 정도로 참 잘 만든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것은 주연 박보영의 메인 스토리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서브 스토리가 있습니다.

극 중에는 ‘들레’라는 간호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들레를 좋아하는 의사 ‘여환’이 있습니다.

여환은 들레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들레는 철저하게 밀어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납니다.

엄마가 날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 누가 나 좋다고 하면 불안하기부터 해. 나 같은 거 왜 좋아할지 의심부터 들고, 그 사랑을 받아도 되나 걱정부터 돼. 왜인 줄 알아? 사랑을 받아본 적 없으니까

여환에게 찾아간 들레 엄마는 돈을 요구하죠. 그때 여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들레씨한테 처음 고백했을 때 들레 씨가 똥 밟은 거라고 했는데… 그렇게 빛나는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할까 했는데, 어머니 뵈니까 알겠네요.

그리고 여환에게 엄마가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들레는 여환에게 사과를 합니다. 그런 들레에게 여환은 말합니다.

들레 쌤, 엄마 버려요. 들레 쌤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그거 깨닫게 해줄게요. 매일매일 옆에서 당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내가 알려 줄게요.

처음이었다. 엄마를 버리라고 해주는 사람은.

며칠 뒤, 들레는 여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 오늘 엄마 버렸어요. 빚도 다 갚았고 엄마도 버렸고… 이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연환은 말했습니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거 그거부터 해요.

5 1 투표
도움이 되셨나요?
구독
알림
0 댓글
인라인 피드백
모든 댓글 보기
카카오톡 채널 상담하기
0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