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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지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개팅을 앞두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개팅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남중, 남고, 군대, 공대를 나와서 이성친구 한 명도 없는(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처음 보는 여자와 단둘이 앉아서 자연스럽게 대화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공대 아름이들은 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을 만큼, 난 관심 외 대상이었다. 그런 나에겐 소개팅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로 느껴졌다. 어쩌다가 친구가 소개팅 제안해도 ‘난 자만추야’라고 말하면서 거절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들은 야속하게도 두 번 이상은 제안하지 않았다.
친구1: 야, 너 소개팅할래?
나: 어? 갑자기?
친구2: 얘 자만추라서 소개팅 안 해!
친구1: 뭐? 공대가 무슨 자만추야?
친구2: 그냥 관심이 없는 거 같던데?
친구1: 너 마법사야?
나: 아니 뭐…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하고 졸업했다. 그래서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연애는 취업하고 더 좋은 사람하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계연구소에 취업을 하고 상황은 더 악화됐다. 여긴 공대보다 더 공대 같은 곳이었다. 연애와 비슷한 것을 꼭 기대한 건 아니지만, 희망조차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미팅을 주최하고 있다. 나도 반강제적으로 참석해 보았으나, 난 서버실 컴퓨터의 마우스보다 존재감이 더 없는 듯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난 외로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이라서 크게 절박하거나 간절한 것은 아니었다. 짚신도 짝이 있다던데, 어딘가에 내 짝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팀 선배가 한 말이 갑자기 마음을 울렸다.
네가 연애를 못해봐서 외로움을 모르는 거야. 심심하지 않은 거랑 외로운 건 달라.
하긴, 채식주의자가 고기 맛을 알 리가 없지.
채식주의자는 고기를 안 먹어서 채식주의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연애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게 맞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고 싶은데, 혼자서 구워 먹지 못할 뿐이었다. 자만추라고 소개팅을 회피해왔지만, 자만추를 위해서 노력한 것도 없었다. 문득, 학원에서 좋아했던 친구가 난 키 작고 못생겨서 싫다는 말을 우연히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난 선배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다.
그래, 오늘은 그런 날이다. 처음으로 소개팅을 하는 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침부터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정신도 몽롱했다. 일어나자마다 화장실로 가서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고 면도까지 철저히 마쳤다. 깔끔한 게 가장 중요하니까. 그리고 옷장을 열고 내가 어제 입으려던 계획했던 정장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옷도 별로 없는데 옷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억을 뒤적여 보니, 면접 보고 나서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으로 맡겨놓고 안 찾은 게 생각났다! 바로 세탁소로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휴무일이라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입을 옷도 많지 않은데, 갑자기 멘붕에 빠져버렸다. 연구원들이 그러하듯, 남은 옷들 중 대부분이 후드였다. 선택에 여지없이 남은 옷 중에서 가장 나은 흰 셔츠를 골랐다. 그런데 오래 입지 않았다 보니 주름이 가득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다리미를 꺼내서 급하게 주름을 펴기 시작했다. 한창 작업을 하다 보니 손목에 검은 때가 보이기 시작한다. 급하게 퐁퐁으로 지워보려고 했는데, 얼마나 묵었는지 잘 안 지워진다. 어쩔 수 없다. 그냥 입어야겠다. 벌써 예상 시간보다 30분 늦었다.
서둘러 준비하고 미용실을 가야 한다. 오늘 일찍 준비했던 이유는 소개팅에 가기 전에 미용실에 들렀다 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머리도 자를 때가 됐고 미용실에서 손질해 주는 게 내가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말이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평소에는 블루클럽을 가는 편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인만큼 미용실을 갈 생각이다. 집에서 나와 제법 이름이 알려진 미용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선 순간,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 시간에 미용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평소에 지나가면서 볼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당황했지만 빨리 검색을 해서, 길 건너편에 있는 다른 미용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람이 없어서 안도하는 순간, ‘저희는 예약만 받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뻘쭘하게 돌아 나왔다. 미용실이 예약제로 진행한다고? 예약은 생각도 못 해봤다.
할 수 없이 네이버 지도를 켜고 근처 미용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골목마다 보이던 미용실이 오늘은 다 멀게만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평소에 다니던 블루클럽으로 뛰기 시작했다. 오늘은 머리도 감고 왁스로 손질도 하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역시 늘 그렇듯이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다행이면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잘라주세요.
10분 만에 머리를 자르고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는 순간, 길게 자란 손톱을 보았다. ‘아, 어제 미리 잘랐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찾아왔다. 집에 가서 자르고 오기에는 시간이 없다. 원래라면 여유롭게 버스를 타고 가려 했지만,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이다. 사실 30분 전에 도착하려고 준비했었는데, 이제는 약속시간 안에 도착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런 날은 또 택시도 잘 안 잡힌다. 셔츠는 이미 땀으로 다 젖어다. 땀 냄새가 걱정된다. 2년 전에 생일선물로 받은 향수를 꺼내려고 백팩을 열었으나, 향수가 없었다. 어제 분명히 가방에 넣은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대신 회사에서 등산할 때 챙겼던 선글라스가 나를 노려볼 뿐이다. 한숨을 쉬며 내려다 본 시야에 얼룩이 묻은 신발이 들어왔다. 이건 또 왜 이리도 더러운 거지? 이때 상대방에게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전 강남역 1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너무 빨리 왔죠?ㅎㅎ
약속시간이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빨리 가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나서 초조하게 기사님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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