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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유명인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SNS와 온라인 댓글 창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날 선 비판과 조롱이 쏟아집니다. 자극적인 소식은 높은 조회수로 이어지고,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죠.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현실 뉴스를 보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최근의 아이돌 관련 논란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상도덕이 없다.’, ‘이기적이다’라는 비난이 연일 이어졌고, TV, 인터넷, 신문 등 모든 매체가 이 소식으로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더 자극적인 새로운 사건이 터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식어버렸죠. 이런 모습은 마치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좀비를 연상케 합니다. 때로는 맹목적으로 반응하는 대중의 모습이 실제로 ‘좀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자극적인 제목에만 반응한다면, 결국 식욕만 남은 좀비와 다름없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이 명백할지라도,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현상 이면에 있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즉각적인 비난을 선택하지만, 또 다른 이는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차이는 현상과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묻지 마 살인’을 예로 들어보죠. 과거에는 단순히 ‘미친놈이 이유없이 저지르는 일’이라고 치부했던 이 범죄를, 현대 사회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범인만 잡으면 그만이고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었으나, 현재는 범죄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프로파일러라는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묻지 마 살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그들이 진정한 관계를 배우고 경험할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후까지, 그들의 삶은 끊임없는 경쟁과 생존의 연속이었을 테니까요. 누군가와 진정한 관계를 맺는 대신, 서로를 이겨내고 살아남아야 했던 환경 속에서 그들에게 ‘관계’란 또 다른 형태의 경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직 아이돌들의 인터뷰를 보면,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불안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팬들의 존재 역시도 아이돌들에게 더욱 복잡한 감정을 안겨줍니다. 팬들은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팬덤의 지지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는 것이 아이돌 산업의 현실이니까요. 수많은 신인 아이돌이 데뷔와 동시에 잊히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팬들과의 관계는 생존과 직결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이들에게 ‘진정한 관계’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에게 관계는 순수한 행복이나 교감보다는, 더 복잡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삶을 살아온 아이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최근 ‘POWER’로 7년 만에 복귀한 GD의 고백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본명인 권지용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GD, G-DRAGON이라는 페르소나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길다고 했습니다. 작업실이 그의 전부였고, 밖에 나가도 만날 사람이 없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고백 이상의 무게를 지닙니다. 이는 비단 GD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많은 연예인이 비슷한 고백을 해왔고, 이는 연예계라는 특수한 환경이 만들어낸 개인의 근원적인 문제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홀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마치 거울이 있어야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듯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거울 속 모습과 실제 자신이 다르다고 느낄 때, 우리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연인 관계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자주 발견됩니다. 마치 아이돌과 팬의 관계처럼, 진정한 자아를 잃은 채 상대방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죠.
최근 한 연예인의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긴 공백기 동안 자아를 찾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여정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고백하길, 자신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의 경험에 대해 소중하게 이야기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아를 찾는 여정이 꼭 여행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절의 묵언수행(?)이나 집에서 명상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선택하는 데는 이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잘못 정의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새로운 환경, 새로운 만남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발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낯선 곳에서 맺는 다양한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자신과의 대화로 이어지고, 이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기 수월하니까요.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은 책이나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 이러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는 한 방향이 아닌 상호작용입니다. 그래서 낮선 환경에 온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의미로 느껴지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행이 추천됩니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처절한 고민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식욕만 남은 좀비는 나타납니다. “평범한 직장인은 꿈도 못 꾸는 일”, “연예인 하라고 누가 칼들고 협박함?”이라거나 “상대적 박탈감 오지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연예인 걱정은 뭐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죠.
이런 모습을 관찰하다보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조차 경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은 먹고살 만해야만 하는 고민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처절하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지요. 이번 글은 연예인의 논란을 예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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