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싫지만 결혼은 하고 싶어요

“선생님, 저는 이제 연애가 너무 피곤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혼은 하고 싶어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별 후 많이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상담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 번의 연애를 했다. 각각 1년, 2년, 1년 반 동안 지속된 관계들이었다. 모든 관계가 처음에는 달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김없이 써졌다. 상대방의 기대와 요구사항들, 끝없는 설명과 이해시키기, 감정의 기복을 맞춰가는 과정들이 그를 지치게 했다.

“마지막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유가 뭐였냐고요? 딱히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냥… 너무 힘들었어요. 매일 카톡 확인하고, 무슨 말을 잘못했나 되돌아보고, 상대방 기분 살피고. 일주일에 몇 번은 만나야 하고, 기념일도 챙겨야 하고. 솔직히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했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결혼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였다.

“결혼은 다른 거 같아요. 연애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불확실한 투자 같은 느낌이에요. 시간과 감정을 많이 쏟아부어도 언제 끝날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결혼은 확실한 결과가 있는 거잖아요. 목표가 분명하고.”

그의 직업다운 비유였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 다시 만난 그에게서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초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어요. 처음에는 좀 비참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서로 결혼이 목적이라는 걸 알고 만나니까 헛짓하는 느낌이 덜해요.”

그의 고백을 들으며 나는 최근 통계 자료들이 떠올랐다. 2024년 혼인 건수가 22만 2천 건으로 증가했다는 발표와 함께, 결혼정보회사들이 위축된 결혼 시장에서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뉴스들 말이다.

그가 묘사하는 결혼정보회사에서의 만남은, 그가 경험한 기존의 연애와는 확연히 달랐다.

“첫 번째로 소개받은 분과는 두 번 만나고 서로 맞지 않는다고 정리했어요. 예전 같으면 ‘우리가 노력하면 맞춰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몇 달은 더 끌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고민이 없었어요. 애초에 여러 명을 만나보는 게 전제니까요.”

그런 방식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안전해요. 예전에는 한 사람과 연애할 때 ‘이 사람이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람이 될까?’라는 압박감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작은 갈등도 크게 느껴지고, 상대방의 단점들도 ‘과연 평생 견딜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보게 되고. 그런데 지금은 다르죠. 맞지 않으면 다음 사람을 만나면 되니까,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프리미엄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연애in 구독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LOVE


REUNION


PREMIUM


ITEM


DATE


DICTIONARY


NEWS


SURVEY

0 0 투표
도움이 되셨나요?
구독
알림
0 댓글
최신
가장 오래된 최대 투표
인라인 피드백
모든 댓글 보기
카카오톡 채널 상담하기
0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