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상대를 찾을수록 연애가 망하는 이유

소개팅 앱, 데이팅 프로그램, 수많은 연애 조언 콘텐츠까지. 우리는 역사상 가장 쉽게 이성을 만날 수 있고, 가장 많은 연애 정보를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의 연애는 갈수록 짧아지고, 결혼은 두려운 숙제가 되었으며, 이별은 너무나 쉬워졌을까?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부족하다. 연애 심리학과 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진짜 원인은 우리가 은연중에 가지게 된 ‘사랑에 대한 오만과 통제욕’에 있다. 조건과 스펙을 따지며 안전한 연애만 추구하는 당신이 번번이 사랑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3가지 뼈아픈 이유를 파헤쳐본다.


1. 상대를 ‘나’로 만들려는 동일시

“나는 카톡을 바로바로 하는데, 넌 왜 안 해?”
“나는 이만큼 널 생각하는데, 너는 왜 그 반도 안 해줘?”

많은 이들이 연인의 행동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을 때 분노하고, 이를 ‘사랑이 식은 증거’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는 사랑이 아니라, 타인을 내 입맛대로 조종하려는 ‘자아의 비대(나르시시즘)’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나침반처럼 정확히 상대방을 향해야 한다. 나와 완전히 다른 생각,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 타인의 고유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상대방에게서 ‘나와 다름’을 발견하는 순간 이를 견디지 못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설정한 완벽한 연인이라는 역할극’에 상대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순간, 상대방의 숨통은 막히고 관계의 매력은 소멸한다.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연애에 있어 폭력적인 단어는 없다.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볼 때만 유지되는 법이다.


2. 상처받기 싫어하는 지나친 회피

요즘 연애의 가장 큰 특징은 ‘부정성(Negativity)의 회피’다. 사람들은 가슴 뛰는 로맨스와 안락함은 원하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상처, 불안, 외로움은 조금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사람, 좋은 사람 같은데 회피형 기질이 약간 보여요. 썸 깰까요?”
시작도 하기 전에 발생 가능한 모든 단점과 리스크를 차단하려 든다. 조금이라도 내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관계에 노력이 필요해지면 ‘안전 이별’이라는 명목하에 쉽게 관계를 놓아버린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영악함이다.

하지만 이는 삶의 진리를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기꺼이 그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상처받을 각오가 없는 사람은 결코 깊은 사랑의 희열도 맛볼 수 없다. 모든 리스크를 피하며 ‘안전한 관계’만 쫓는 사람은 똑똑한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찬란한 감정을 포기한 채 방어벽 안에 갇혀버린 헛똑똑이와 다를 바 없다.


3. 사랑도 리뷰부터 확인하는 관계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최저가를 검색하고 별점 리뷰를 꼼꼼히 읽는다. 문제는 사람을 만날 때도 똑같은 짓을 한다는 것이다. MBTI부터 시작해 직업, 집안, 심지어 ‘동거’라는 이름으로 미리 살아보는 테스트까지 거친다. 상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 파헤쳐 완벽한 ‘확신’이 들 때만 내 마음을 내어주려 한다.

하지만 사랑의 역설은 여기서 발생한다. 상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역설적으로 상상력과 기대가 죽어버린다. 사랑은 미지의 영역, 즉 내가 다 알지 못하고 통제할 수 없는 틈새에서 피어난다.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과 결핍이 있어야 상대에게 다가가려는 강렬한 동력이 생긴다. 모든 조건과 성향이 투명하게 까발려진 상대는 더 이상 탐구하고 싶은 매력적인 이성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진열대의 상품’으로 전락한다.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도전을 향한 설렘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기꺼이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져라

인터넷에 떠도는 ‘나쁜 남자/여자 구별법’, ‘안전한 결혼 상대 고르는 법’ 같은 공략집은 당신을 진정한 사랑으로 이끌어주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은 쿠팡에서 결제하는 로켓배송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면, 통제하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모든 정보를 파악해 상처받지 않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내려놓자. 대신,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대방의 다름을 끌어안고, 기꺼이 상처받을 용기를 내어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져보자.

사랑 앞에서는 조금 무지(無知)해도 괜찮다. 아니, 철저히 무지해야만 우리는 다시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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