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자해”라는 연애의 어두운 면

가수 UN 출신 최정원이 스토킹 혐의로 입건되며 “이별 통보를 받아 자해를 시도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사건이 화제다. 그런데 이 한 문장 속에는 현대 연애가 마주한 가장 위험한 진실이 숨어있다. 사랑이 끝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그리고 그 모습은 정말 ‘사랑’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일까?

최정원 사건의 핵심은 단순하다. 10개월간 진지하게 교제했던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그가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흉기를 들고 상대방의 집에 찾아간 것이다. 피해 여성은 SNS에 “베란다에 매달려도 나한테 칼을 겨눠도 고민이 되더라”고 고백했다. 이때 최정원의 해명이 바로 “자해 시도였을 뿐, 위협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늦은 밤 현대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슬퍼하는 캐주얼 복장의 한국인 여성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별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진짜 모습이다. 스토킹 범죄 연구에 따르면, 가장 흔하고 위험한 유형은 바로 ‘거부당한 스토커(Rejected Stalker)’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였던 피해자와 이별 후 스토킹을 시작하며, 화해와 복수에 대한 욕구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가장 광범위한 행동을 보이며, 과거 관계를 대체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행동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통제욕이 사랑으로 포장될 때의 위험성은 이미 심리학계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왔다. 스토킹 가해자들은 강한 통제 욕구와 소유욕을 가지며,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 하거나 소유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관계가 끝났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를 계속 괴롭히는 것은 이러한 통제 욕구의 극단적인 표출이다.

더욱 놀라운 건 가해자들의 인지 왜곡이다. 이들은 자신의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를 자극했기 때문에’라며 정당화한다. 최정원의 “자해 시도였을 뿐”이라는 해명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합리화 패턴인 것이다.

진짜 사랑과 소유욕을 구분하는 법을 알아보자. 진정한 사랑은 상대에게 무엇을 해줬을 때 그에 대한 대가로 무엇인가를 돌려주지 않아도, 상대가 받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행복해질 때 시작된다. 반면 소유욕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해줬을 때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상대의 외모, 학력, 스펙, 연봉 등을 계산하고 따지는 것 역시 물건을 고를 때와 다르지 않은 소유욕의 발현이다.


현대 아파트에서 허망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있는 캐주얼 복장의 한국인 남성

이별이 힘든 이유는 뇌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인간의 뇌는 태생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그 관계가 깨졌을 때 고통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황-비탄-슬픔 체계가 활성화되면 금단 증상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슴 통증, 절망, 슬픔, 후회, 반추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의욕과 사기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고통을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이별 극복의 건강한 과정은 총 5단계를 거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절망), 수용의 단계다. 중요한 건 이 단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겪으면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스토킹 가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부정’ 단계에 머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상대가 다시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거나,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비현실적 기대를 갖는다.

현대 연애에서 나타나는 위험 신호들을 미리 알아챌 수 있다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관계 초기에 보이는 상대방의 과도한 집착, 통제, 감시, 분노 조절 문제 등의 위험 신호를 간과하지 않고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무 간섭하거나,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졌거나, 나에게는 천사지만 남에게는 악마인 사람들이 대표적인 경고 신호다.

특히 헤어진 연인이 스토커로 돌변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은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연인이 이별을 선언할 경우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자신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 집착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이별 후 나를 괴롭히는 범죄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화해 후 현대 도시 거리를 함께 걷는 한국인 커플의 치유 장면

최정원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우리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걸까, 아니면 소유하고 싶었던 걸까?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의 첫 반응이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인지, 아니면 내가 잃은 것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인지를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진정한 사랑은 놓아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유욕은 다르다. ‘내 것’이었던 사람이 떠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한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는 극단적 표현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과 통제욕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사랑과 소유욕은 항상 공존한다.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함께 존재한다. 중요한 건 그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느냐다. 이타심의 비율이 조금 더 많아지면 사랑이 커졌다고 할 수 있지만, 소유욕이 압도적일 때는 위험해진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모두가 아름답다. 하지만 그 관계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그리고 그 관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최정원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습니까, 아니면 소유욕이었습니까? 이별 앞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입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소유욕에 사로잡혀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쪽이 될 것인지는 오직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사랑한다면, 진정 사랑한다면, 놓아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랑의 마지막 증명이자,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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