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이 불편하다

연애in의 <프리미엄 칼럼>은 심리학적 이론과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해요😲 인터넷에 있는 뻔한 글이 아닌, 연애와 심리, 감정, 관계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어,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다가갈 거예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연애in이 여러분의 연애주치의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존 그레이의 엄청난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출간된 뒤로, 남녀관계에 대한 많은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연인, 부부간의 갈등은 단순히 서로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믿음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외계인(?)이기 있기 때문에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죠.

작가의 의도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돕기 위한 것이지만, ‘원래 남자는~, 원래 여자~’이라는 편견을 강하게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여자 심리’와 ‘남자 심리’가 다르다는 고정관념을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넘쳤으며, 실제로 연인들이 연애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남자와 여자가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믿도록 만들기에도 충분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성별을 일반화한다는 비판 여론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사람은 완벽하게 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더라도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깊은 관계가 될수록 다른 점들이 더 자주 보이고 자주 부딪치면서 갈등으로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연인관계에서 여자가 연애하는 대상의 성별이 남자일 뿐이고 남자가 연애하는 대상의 성별이 여자일 뿐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너무 달라서 고통까지 받는 관계는 연인이거나 부부라서 그런 것입니다. 핵심은 연인 간에 발생하는 문제의 주요 원인은 성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여자와 남자의 심리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성 연애가 아닌 동성연애에서는 여자와 남자의 심리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맞지 않을까요? 동성연애에서는 같은 성별이기 때문에 남자 심리와 여자 심리로 인한 갈등의 유형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이성연애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도나 빈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여러분이 말하는 연락문제, 데이트문제, 공감문제 등 갈등 자체는 모두 동일하게 발생합니다. 단지 여러분이 이성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경험’으로만 판단해서 다르다고 말할 뿐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고정관념은 이런 남자와 여자는 다른 행성에 사는 존재라는 이야기는 우리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장점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렇게 ‘설계’되었다는 ‘결정론’을 주장할 수 있는 단점을 동시에 던져줬습니다.

이는 연애나 부부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치 해답을 내려준 것과 같았습니다. 특히, ‘남녀 심리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마치 정답을 내려준 것이었죠. 그러나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들을 오답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결정론이 진화심리학입니다.
이런 과학의 탈을 쓴 ‘가설’은 모든 사람에게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심리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를 들어 어제까지는 애인이나 남편이 내 편을 ‘안’ 들어주고 공감을 ‘안’ 해줘서 속상하고 힘든데, 갑자기 진화심리학이 나타나서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남자는 원래 못해요. 그렇게 설계되어 있어요.”

그 사람의 성장배경, 대인관계, 가족관계, 기질, 성향, 무의식 등 다른 요인들은 무시된 채,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자는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도록 설계되어 있다, 종족 번식에 유리하다, 어리고 건강한 여성을 원하는 것은 자존을 남기기에 유리하다, 여자는 아이와 자기를 지속해서 보호해 주고 필요한 자원을 대줄 수 있는 남자를 자연스레 선호하게된다는 둥 그렇게 진화해 왔다고 설명해 줍니다.

“이건 내 탓이 아니야, 유전적으로 그런 거야.”

이런 결정론은 상담에서 더 잘 보입니다.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내담자가 특정 성별의 상담사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자(여자) 선생님이 애인의 심리를 잘 알 것 같다’라는 이유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최신 이론인 진화심리학에 근거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데이트를 하는 도중에 앞에서 걸어오는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는 남자친구를 어이없이 바라보면서 화를 내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고요?
아이고! 그건 남자심리를 모르기 때문이에요.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남자는 성적으로 매력적이고 건강한 여성에게 끌리도록 설계되었어요. 이건 남자의 본능이에요. 원래 그렇게 유전적으로 설계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은 화를 낼 일이 아니에요! 그게 자연스러운거니까요.

남자가 짐승이냐고요? 그게 싫다면, 남자친구가 어떤 여자에게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죠.!다이어트도 하고 외모고 가꾸고 남자를 유혹하는 스킬을 익혀야 그 남자가 떠나지 않도록 소유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남자는 본인보다 더 나은 여자를 찾아 떠날 수 밖에 없어요.

지금이 구석시대냐고요? 이건 과학이에요.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게 몇 만년전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남자심리에요.

연애상담업계, 특히 재회상담업계는 진화심리학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렇게 상담하는 상담사가 어디 있냐고요? 오히려 너무 많지 않나요?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해봐도 금방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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