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애와 이별 그리고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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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짧은 연애를 주제로 이별과 재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짧은 연애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깊이 고민한 시점은 한 4~5년 전인 것 같습니다. 그 이전에는 짧게 끝난 연애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그전에는 짧은 연애가 끝나고 재회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연애를 계속 반복하는 게 고민인 사람이 상담을 신청하는 일은 있지만 말이죠. 사실 연애를 한 달도 안 했는데 헤어지고 재회하고 싶은 마음에 상담까지 신청하는 것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짧은 연애는 한 달 미만의 연애를 말합니다.

그 당시 상담을 신청한 사람들의 평균 연애 기간은 약 1년 6개월이었습니다. 그러니 한 달 미만의 연애는 연애라고 보기 어려운 기간이었죠. 한 달에 전체 상담 건수가 400건이라고 한다면 그중에 한 달 미만은 5건 미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짧은 연애를 상담하는 상담사는 어떤 가설부터 염두에 두고 상담을 해야 했습니다. 그 가설은 상대가 연애가 아닌 스킨십을 목적으로 접근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또한 이런 경우 내담자는 거의 여성이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담을 신청한 사람도 그 가능성을 생각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상담사에게 직접 듣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니까요. 아무리 예상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이것만은 아니길 바라왔기 때문이죠.

간혹, 이런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상대방을 유혹하겠다는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여하튼 짧은 연애는 내담자와 상담사에게 모두 어려운 상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짧은 연애의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는 100일 미만의 연애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고 한 달 미만의 연애도 꽤 높아졌습니다. 평균 연애 기간도 1년 미만으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계절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짧은 연애의 비율이 평균 20~30%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 달 만나고 헤어졌다고 하면 과거와 달리 스킨십이 목적이라는 가설을 먼저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지금은 짧은 연애가 너무 흔하기 때문이죠.

서구 문화권과 비슷하게 연애의 트렌드가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이 건강하지 않은 연애라서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연애는 차지하고 이별이 쿨(cool)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별의 대부분이 잠수 이별이거나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로 끝냈다는 말입니다.

이별을 통보받은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을 만도 합니다. 만약 대화의 기회라도 주어졌다면, 이해는 안 되더라도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그러나 상담을 신청한 사람은 그 이유를 몰라서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합니다. 따라서 짧은 이별은 연애의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건강하지 않은 연애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 거라는 생각합니다.

이 짧은 연애는 코로나의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은 모바일을 통한 대화와 만남이 주로 이뤄지면서 데이팅 앱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실제로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데이팅 앱에서 만나서 연애했습니다. 코로나 때 재회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들 80% 이상은 데이팅 앱에서 만나서 연애했고, 짧은 연애를 했던 사람들은 거의 데이팅 앱이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소비자들은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100억 시간을 데이팅 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43% 증가한 수치다.

관련 시장의 성장도 예고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기준 79억 달러(약 10조4888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데이팅 앱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 87억 달러(약 11조5493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로 한정해도 시장 규모는 1억4000만 달러(약 1859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은 비대면 문화가 데이팅 앱의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발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고 이로 인해 대면 만남보다 모바일을 통한 만남이 자연스러워졌다”며 “데이팅 앱은 연애를 시작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계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인식 변화도 데이팅 앱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소개팅 등 오프라인 만남은 만남에 있어 결과를 내야 했다”며 “최근 젊은 세대는 만남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매칭에 기반한 데이팅 앱이 이를 충족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뜨거워진 ‘소셜 데이팅 앱’ 시장…코로나 바람 타고 ‘활활’.”「컨슈머타임스」.2024년 2월 11일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에도 데이팅 앱으로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에 간편함과 편리함을 느낀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데이팅 앱에서 연애하고 있습니다. 데이팅 앱 이전에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인식도 많이 사라진 것을 상담을 통해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소개팅으로 만나서 연애한 사람이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데이팅 앱으로 만나서 연애한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데이팅 앱에서 만난 사람이 많아지면서 짧은 연애가 많아진 것이 단지 우연일까요? 이것을 연구하고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연애가 더는 관계(relationship)가 아니라 접속(connection)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라고 한다면, 접속은 필요할 때만 접촉하는 온라인 형태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접속했을 때, 나오는 첫 페이지가 마음에 안들면 바로 접속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의 연애와 이별의 형태를 보면, 다름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관계가 아니라 MBTI처럼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서 연결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치 SNS를 팔로우했다가 마음에 안들면 취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디지털과 앱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대에게는 나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매우 효율적인 일이죠.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이미 그렇습니다. 알고리즘이 나를 분석해서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스마트워치는 나의 심박수와 수면의 질까지 체크해서 알려주고 chat GPT는 나를 대신해서 보고서를 써주고 있습니다. 불편한 세상에 적응하는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세상이 나에게 적응해서 맞춤으로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굳이 손해 보는 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하면 된다’가 아닌 ‘되면 한다’의 시대. 연애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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