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저물어갈 수 있는 사랑

아이유(IU)의 노래 ‘Love wins all’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무심하게 듣고 있다가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라는 가사에서, 마음이 툭 하고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가사에 계속 발을 붙이고 있었다. 저물어간다는 말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끝을 예고하는 단어인데도, 두려움 대신 체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래는 끝이 나쁜 결말일지라도, 그래도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되묻는다. 그리고 유독 이 가사가 크게 와닿은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첫인상은 담담함. 그 자체였다. 울음을 머금은 눈이 아니라 오히려 깊은 고요함이 깃든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깊은 절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선생님, 저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요.”

무게감있는 말의 내용과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래서 이후의 이야기가 절망편이 아닌 희망편으로 전개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불치병이라고는 하지만, 눈부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병이 치료 가능하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 사람도 저를 사랑해요. 하지만 병이 악화되면서 자꾸 저를 밀어내려고 해요. 저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자신과의 미래는 없다고 말하면서요. 그런데 선생님, 저는 그 사람과 함께 끝까지 가고 싶어요. 설령 그 끝이…. 혼자 남는….”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그녀가 굳게 잠가놨던 담담함이라는 상자가 열리자, 그녀가 욱여넣었던 수많은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지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도 강렬한 사랑의 형태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조건부가 아니었고, 계산적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희망적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저 존재 자체에 대한 절대적 긍정, 신념 같은 것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정신 차리라고…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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