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오후 세 시의 사람 – 우리는 왜 설레는 순간에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고르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첫 데이트에서, 혹은 어느 여름 여행지에서, 또는 술기운이 살짝 오른 밤에 “이 사람이다”를 결정한다. 그 순간은 조명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서로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결혼이란 그 빛나는 순간들을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은 화요일 오후 세 시를 함께 사는 일이다.

화요일 오후 세 시는 특별하지 않다. 누군가는 소파에 늘어져 있고, 누군가는 시큰한 눈을 비비며 일을 하고 있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먹고, 설거지는 내일로 미룬다. 대화라고 할 것도 딱히 없다. 그냥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에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연애할 때 보는 것은 상대의 하이라이트 릴이지만, 실제로 살아가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상 푸티지(footage)다.

“그 사람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오후에 무엇을 하는지 보라. 그것이 그 사람의 기본값이다.”

연애 초반의 설렘은 일종의 각성 상태다. 뇌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쏟아내며 상대를 이상화한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상대의 결점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보더라도 다르게 해석한다. 충동적인 게 아니라 열정적인 것으로, 고집스러운 게 아니라 주관이 뚜렷한 것으로. 이 각성 상태는 생물학적으로 18개월에서 3년 사이에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그때부터 진짜 관계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전에 이미 많은 것을 결정해 버린다.

B컷의 진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B컷이란 주요 장면을 보완하기 위해 찍어두는 부수적인 장면들이다. 주인공이 걷는 뒷모습, 창밖을 바라보는 옆얼굴,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 이것들이 모여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연애할 때 A컷만 보여주고 A컷만 보려 한다. 하지만 부부로 산다는 것은 서로의 B컷을 매일 마주하는 일이다.

B컷은 화려하지 않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습관적으로 꺼내드는 행동, 지루할 때 드러나는 민낯,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대화하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은 지루한 오후에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몇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불편을 그냥 넘기고, 어떤 사람은 그것이 상대에 대한 불만으로 쌓인다. 이 차이가 10년 후의 부부 관계를 만든다.

“지루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보면, 그 사람이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자극과 새로움에 끌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결혼은 수십 년의 일상을 공유하는 계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요소와 우리를 안정적으로 살게 해주는 요소는 상당 부분 다르다. 자극을 쫓는 사람은 연애를 매력적으로 만들지만, 권태를 견디는 사람은 결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관객 없는 무대에서

한 가지 간단한 테스트가 있다. 그 사람을 관객 없는 무대에 세워보라. 인상을 줄 필요가 없고, 잘 보일 필요도 없는 상황. 피곤하고 배고프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평범한 하루. 그때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흔히 상대가 내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기준으로 관계를 평가한다. 그런데 더 정확한 지표는 상대가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다. 웨이터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늦게 오는 택배 기사에게 어떤 어조를 쓰는지,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것들이 그 사람의 기본 설정값이다. 나는 그 설정값이 지금 당신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내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필요로 해서 옆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하고 싶어서 옆에 있는 것인가. 필요는 채워지면 사라진다. 결핍이 메워지면, 고독이 해소되면, 불안이 가라앉으면 — 그때 그 사람은 여전히 당신 옆에 있고 싶어할까?

그 사람이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삶 자체가 이미 충분히 괜찮아야 한다.”

설렘이 아닌 것을 찾아라

사랑에 관한 가장 오래된 오해 중 하나는, 올바른 감정이 올바른 사람을 가리킨다는 믿음이다. 가슴이 뛰면 맞는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가슴이 뛰는 건 종종 불확실성과 불안정에서 온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람, 예측할 수 없는 사람, 내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은 사람 —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진짜 좋은 관계의 감정은 훨씬 조용하다. 설레는 게 아니라 편안하다. 긴장되는 게 아니라 안도된다.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이 아니라, 있어서 좋다는 포근함이다. 이 감정은 처음엔 시시하게 느껴진다. 드라마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삶을 실제로 살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다.

오늘 그 사람의 B컷을 보라. 화요일 오후를 함께 보내보라.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 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라. 그것이 당신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고르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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