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칼럼7] 애착유형은 솔루션이 아니다

애착유형이 뭐지?

이번 시간에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인 애착유형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얼마 전 상담을 신청한 A의 사연을 각색해서 소개해 볼게요.

A는 연애가 어렵습니다.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게 첫 연애니까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왠지 상대방은 A와 생각이 다른 건지, 관심이 덜한 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A는 상대방을 좋아하니까 관심도 많고 더 알고 싶은데 말이죠. 상대방의 행동 하나와 말 하나가 다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면 상대방은 “나도 몰라”,”난 원래 그래”라고 말하면서 대답을 회피합니다. 더 물어보면 집착처럼 보일 것 같아서 말도 못 하고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지고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질문도 없는 모습을 보다 보면 “관심이 없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생각은 “나를 안 좋아하나?”라는 걱정으로 변합니다.

불안한 A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쿨한 척하기도 하고, 연애 고수들이 알려주는 밀땅 비스름한 것도 해봅니다. 그러다가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사소한 행동 하나에 눈물이 나올 때가 많아집니다. A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상대방은 “미안해” 라고만 말할 뿐입니다.

썸을 탈 때는 매일 보러 오고 자기 전까지 연락하더니, 사귀고 나니까 달라진 태도에 속상합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건 내가 화장실인지, 휴지인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상대방이 왜 이러는지 궁금하고 또 불안해서 폭풍 검색을 하는데, ‘애착유형’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회피형은 무조건 걸러라

A는 처음 보는 용어들을 보면서,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런데 회피형의 특징이라고 쓰여 있는 글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머리에 내리꽂는 말들뿐입니다.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처음에는 간이고 쓸개며, 콩팥 두 개까지 다 뽑아서 줄 것처럼 굴더니만, 그게 원래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기를 당한 것 같아서 속상하고 서운하다가, 화가 나고 열받고 짜증 나더니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렇게 시간만 흘러가다 보면, 이별이 기다릴 것만 같아 불안하고 걱정됩니다. 자신이 원래 이렇게 불안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인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참았지만 결국 서운한 마음이 눈물과 함께 폭발합니다.

A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상대방에게 연락해서 마음을 확실하게 알고 싶다고 말합니다. 당황하는 상대방은 바빠서 신경 쓸 게 많았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앞으로 잘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나니까, 조금은 안심이 된 듯합니다. A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동안 참아왔던 서운한 덩어리들을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처럼 이어서 쏟아냅니다. 어느 정도 다 쏟아낸 A는 상대방에게도 서운한 것을 말하라고 했지만, 상대방은 다 괜찮다고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가자, 신기하게도 다시 연애 초기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상대방도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둡니다. 애착유형, 회피형 등 이런 것들은 괜한 우려였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더 일찍 말할 것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은 회피형이 아니라, 서운한 걸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서로의 오해가 다 풀렸고 행복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이 이별을 이야기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겨우 한마디 합니다.

“갑자기 왜? 이유가 뭐야? 우리 어제까지 데이트 잘했잖아?”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어

그런데 상대방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마음이 떠났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습니다. 어제까지도 애정 표현도 하고 잘 지냈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마음도 없는데 어떻게 데이트하고 연락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혹시 서운함을 표현하는 건가? 혼란스럽습니다.

A는 헤어지기 싫어서 울며불며 매달리고 붙잡았는데, 그럴수록 상대방은 더 단호해지고 더 회피합니다. 이럴 거면 좋아한다고 만나지나 말 것이지, 다음 주가 100일이라 더 마음이 아픕니다. 아니, 100일이 지나기 전에 이별을 말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갖자고 말해봤지만, 시간을 가져도 똑같을 거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이제는 카톡을 보내도 읽지를 않습니다. 연락하고 찾아가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봤는데, 동굴에 숨어버린 건지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봤던 애착유형, 회피형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답답한 마음하고 억울한 마음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들이 가득하죠. 그래서 이런 고민을 나눌 커뮤니티를 찾아다닙니다. 상대방은 A의 이야기를 더 이상 안 들어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이별 사례가 인터넷에 많은 이유기도 합니다. 그렇게 A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습니다. 같이 욕하면 속이 좀 풀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커집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를 해보려고 했더니, 생각지도 못하게 연애가 끝나버려서 아쉽고 또 감정을 단절해야 해서 너무 힘듭니다. 애착유형에 대해서도 알았고, 상대방이 회피형이라는 것도 알았으니, 회피형과의 재회하는 방법을 열심히 검색하고 찾고 공부합니다. 회피형의 특징을 달달 외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회피형은 무조건 후폭풍이 온다고 하니까 기다리는 게 답이라고 합니다. 근데 언제 연락이 올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니, 재회 공수나 타로를 보면 시기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와 타로를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흔한 이별 이야기

이런 이별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나요? 이것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겪는 연애와 이별 스토리입니다. 만약 당신이 애착유형에 꽂혀있다면, 이 사례는 자연스럽게 회피형과 불안형의 연애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당신이 인터넷에 많이 보았던 ‘불안형 여자의 특징’, ‘회피형 남자의 연애’의 수학 공식 같은 정보만을 습득했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뭔가 그럴듯하지만, 마치 사람이 아니라 공식에 적용받는 사물처럼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습득하는 당신도, 본질이 아닌 결과만을 보고 연애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 역시 회피형이 맞았어!”

회피형이라는 꼬리표

이별의 결정하고 통보하고 붙잡는 과정만 보면 회피형과 불안형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회피형에 데인 불안형’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자신에게 붙입니다.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애를 애착유형으로만 판단하면 정확한 분석이 되지 않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만 남기 때문입니다. 연애는 일방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별을 분석할 때, 애착유형으로만 이해하면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연애를 단지 회피형과 불안형의 만남이라는 결과만으로 해석하게 놔두면 안 됩니다. 연애는 마지막이 아닌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회피형인지, 불안형인지 아는 것이 아니라, ‘왜?’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반복하지 않습니다.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을 보는 오류

회피형은 공백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 어제 재회 공수를 봤는데…

물론 상담에서 애착 유형으로 분석하면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 쉬운 것은 맞습니다. 실제로 가장 강한 애착을 맺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사례들은 설명이 됩니다. 그래서 가벼운 상담이나 짧은 상담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애착유형이라는 결과를 정해놓고 당신의 연애를 끼워 넣는 건 안 됩니다.

실제로 당신의 연애는 불안형-회피형의 연애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관계는 상대성이기에 이번 연애에서는 불안형일 수도 있지만, 다른 연애에서는 회피형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상대방을 회피형/불안형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변화가 쉽다는 건, 연애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것 이외에도 연애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애착 유형을 연애에 적용하려면 매우 잘 적용해야 합니다.

애착 유형은 당신의 연애를 설명하는데 참고 사항일 뿐이며, 애착 유형으로 설명이 안 되는 관계도 많습니다. 부디 공식처럼 끼워 넣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애착유형은 솔루션이 아닙니다. 관계를 쉽게 이해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애착유형이 안 중요한가?

애착유형은 중요합니다(참고로 애착유형보다는 애착이 더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의 애착이 손상되어 있다면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연애가 불안형-회피형의 꼬리표를 달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애착유형이 만능열쇠는 아니며, 적용하거나 해석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재회의 방향성이 완전히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당신은 상대방이 심각한 상태인, ‘-40’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0’으로 정상, 상대방은 정상 범위를 많이 벗어난 이상한 사람. 위의 사례인 애착유형으로 비유하면, 극심한 회피형이겠죠.

그런데 알고 보니, 당신이 ‘+20’이고, 당신이 ‘-20’이라면, 어떨까요? 위와 같은 40의 차이겠지만, 두 사람은 모두 정상 범위 내에 있습니다.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라서, 누구와 만나더라도 상대적입니다. 그리고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별 상황까지 왔다면, 극단의 애착 유형을 보여주는 건 당연한 겁니다.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 연락이 잘 되면 더 이상하죠.

물론 불안이나 회피 성향이 심각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연애가 괴로울 테죠. 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게 꽤 힘들 겁니다. 그리고 심각하다면 연애만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겠죠? 만약 이런 상황이라고 한다면, 애착을 회복하기 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잘 써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상대방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위험성에 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강조하지만, 애착유형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적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잘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당신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애인을 당신의 기준에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한 이별 상황이나 연애의 한 장면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연애의 전체적인 모습을 연결 지어서 살펴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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