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연애

연애는 마치 우주에서 별을 찾아 여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드넓은 우주에서 새로운 별을 찾고 관찰하고 직접 가서 탐험도 해보는 것이지요.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별이라면 자주 놀러 갈 것이고 마음에 쏙 든다면 그 별에서 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매우 평화롭고 매력적으로 보였던 별이었는데, 막상 가서 탐험을 해보니 화산과 용암이 뒤덮인 별일 수도 있고 폭풍과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1분 1초도 머물 수 없는 별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많은 별을 만나서 그중에서 내가 살고 싶은 별을 찾는 것이 연애와도 비슷합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살고 싶은 별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항상 산속에 별장을 자연과 같이 사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항상 맑은 하늘의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누구는 밤이 좋아서 낮보다 밤이 3배는 더 긴 별을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구는 낮은 하늘을 좋아해서 구름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별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긴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평생 머물고 싶은 매력적이고 멋진 별을 찾는 것이 연애도 넓게 보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별도 어린 왕자가 머무는 것을 허락해 줘야 합니다. 찾아올 때마다 별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변화하려고 한다면, 별은 죽어갈 테니까요.

그래서 새로운 별을 만날 때마다 흥분감과 설렘에 가득 차게 됩니다. 하나하나 관찰하고 탐험하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매력적인 별은 계속 머물고 싶게 만들고 더 알아가고 싶게 만듭니다. 그래서 미지의 영역을 남겨두고 싶지 않습니다. 다 알고 싶고 다 이해하고 싶어 합니다. 이 별이 머물러도 안전한 장소인지, 가장 매력적인 곳은 어디이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속속들이 알고 싶어합니다. 어쩌면 평생 머물러야 할 별이 될 테니까요. 시간이 무한하지 않을 것과 같이 우주선의 연료도 정해져 있고 언제 고장도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편하게 관광할 수는 없지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불안과 이해, 수용. 그래서 사람들은 유형을 나누고 선을 구분하고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불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찰하고 탐험하면서 미지의 영역을 알아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이미 탐험한 일지를 보고 싶어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작게 나눠서 하나하나 느끼고 음미하는 것을 잃어버린 시대에는 더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MBTI에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새로 나온 가전제품의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기능이 안 되거나 고장 났을 때 인터넷에 검색부터 합니다.

“인팁이 버튼이 안 눌리는데 왜 그런 건가요?”

인팁 사용자들의 후기들을 보면서 ‘아 역시…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인팁은 사면 안 됐어’. 라고 손해를 봤다면서 후회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제품 사용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16개 제품 중에서 나에게 맞는 건, 3개 정도가 보이네요. 다음번에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다고 다짐합니다.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안녕.”

여우가 말했다.

“안녕.”

어린 왕자는 공손히 대답하고 몸을 돌렸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난 여기 사과나무 밑에 있어.”

“너는 누구지? 넌 참 예쁘구나……”

“난 여우야.”

“이리 와서 나와 함께 놀아. 난 정말로 슬프단다……”

어린왕자가 제의했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여우가 말했다.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본 후에 그는 다시 말했다.

“<길들인다>는게 뭐지?”

“넌 여기 사는 애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고 있니?”

여우가 물었다.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인다>는게 뭐지?”

“사람들은 소총을 가지고 있고 사냥을 하지. 그게 참 곤란한 일이야! 그들은 병아리들도 길러.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지. 너 병아리를 찾니?”

여우가 물었다.

“아니야.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게 뭐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너무 잘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관계를 만든다고?”

“그래.”

“넌 아직 나에겐 수 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차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 한 송이가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걸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여우가 말했다.

“지구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으니까……”

“아, 아니야! 그건 지구에서가 아니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여우는 몹시 궁금한 기색이었다.

“그럼 다른 별에서의?”

“그래.”

“그 별엔 사냥꾼들이 있지?”

“아니, 없어.”

“그거 참 이상하군! 그럼 병아리는?”

“없어.”

“이 세상에 완전한 데라곤 없군.”

여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우는 하던 이야기로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내 생활은 단조롭단다. 나는 병아리를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병아리들은 모두 똑같고 사람들도 모두 똑같아. 그래서 난 좀 심심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환히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자국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소리를 나는 알게 되겠지. 다른 발자국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너의 발자국소리는 땅 밑 굴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건 서글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거든.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사랑 하게 될 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래오래 쳐다보더니,

“부탁이야……나를 길들여 줘!”

하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하지만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친구들을 찾아 내야 하고 알아볼 일도 많아.”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알 시간이 없어졌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다음날 다시 어린 왕자는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儀式)이 필 요하거든.”

“의식이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너무 자주 잊혀지고 있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신나는 날이지! 난 포도밭까지 산보를 가고.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이 되어 버리잖아. 그럼 난 하루도 휴가가 없게 될 거고……”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출발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는 말했다.

“아아! 난 울 것만 같아.”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널 길들여주길 네가 원했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그래.”

여우의 말이었다.

“헌데 넌 울려고 그러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러니 넌 이익본 게 아무것도 없잖아!”

“이익본 게 있지. 밀밭의 색깔 때문에 말야.”

여우가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인사를 해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할께.”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들에게 그는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그가 계속 말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 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병풍으로 보호해 준 것은 그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 (나비 때문에 두세 마리 남겨둔 것 말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 기울여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그건 내 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안녕.”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참을성을 잃어버리고 길들이기보다는 상점에서 16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MBTI가 중요합니다. 그러면 결국 연애할 때 MBTI가 나쁘고 쓸데없는 거냐라는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연애에서 MBTI의 중요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처음에 빈 도화지에 러프 스케치 정도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꾹꾹 눌러서 그리는 것이 아닌 손에 힘을 다 빼고 희미하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정도로만 말이죠. 언제든 지우개로 지워도 흔적이 남지 않을 세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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