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는 성공해야지? ⑤] 식당 편

나와 가장 친한 회사 동기가 사진을 보내주며 말했다.

ㅁㅁ

형 얘 어때요?

ㅇㅇ

누구야? 예쁜데?

ㅁㅁ

ㅋㅋㅋㅋ형 소개팅 할래요?

ㅇㅇ

어? 이렇게 갑자기?

ㅁㅁ

다 그런거죠ㅋㅋ 애 저랑 진짜 친한 친군데 얼마전에 헤어졌다고 남소해달라고 했거든요 형은 마음에 들어요?

ㅇㅇ

좀 부담스럽긴 하네 근데 친구는 내가 괜찮대?

ㅁㅁ

괜찮아요 형 성격 진짜 좋고 진국인 사람이라고 이미 다 말해놨어요ㅋㅋ

ㅇㅇ

그럼 만나서 개실망하는거아냐? 글고 나 소개팅안해봤어;;

ㅁㅁ

그냥 만나서 편하게 밥먹는다고 생각해요ㅋㅋ 글고 남자는 외모보다 능력이죠

ㅋㅋ연락처 줄테니까 연락해봐요!

사실 소개팅을 한 번도 안 해본 게 문제가 아니라, 난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봤다. 소개팅 앱은 해봤지만, 한 번도 여자에게 선택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사진도 없어서 혼자 공원에 나가서 셀카도 찍어보고 프로필도 자소서보다 열심히 작성해 봤는데… 역시는 역시다. 돈을 쓰고 싶어도 나에게 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음보다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다. 그렇게 한두 달 열심히 해보다가 결국 앱을 삭제했다.

연락처를 받긴 받았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동기에게 그냥 셋이서 같이 만나면 안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한심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소개팅을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연락하려고 번호를 누르다 보니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마음에 손에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상황을 혼자 상상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적은 많았다.

누가 봐도 예쁜 여자가 잘생긴 나쁜 남자들만 만나 오다가, 결국 상처받고 버려져서 폐인이 돼버린다. ‘남자는 다 똑같아!’ 그리고 그렇게 마음에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를 만나고 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받지 못했던 배려와 관심을 받게 된다. 이런 사랑을 처음 받아본 여자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이제서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다니…’ 그렇게 상처를 치유받은 여자는 나에게 깊게 빠져들면서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

상상 속에서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는데, 현실은 연락도 못하는 한심한 남자일 뿐이다. 일단 연락을 하기 전에 식당부터 찾아봐야겠다. 그래 맞아,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다 하고 나서 연락하면 되지! 집이 송도라고 했으니까, 송도에 분위기 좋은 식당부터 찾아보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일단 리뷰가 가장 많은 식당을 찾아볼까? 송도는 센트럴파크가 유명하구나, 다 여기에 몰려있네. 송도 파노라믹65? 오! 여기가 가장 괜찮다. 여기 디너가 두 명이면 30만 원… 아, 역시 비싸구나. 근데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진짜 친한 사이라고 하면 체면도 있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 남자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으니까, 이 정도는 돼야지. 일단 미리 예약을 해야겠다. 아무래도 일요일보다는 토요일 저녁이 괜찮겠지? 그래 이번 주 토요일에 보자고 하면 되겠다. 일단 예약부터 하자.

아, 그럼 선물도 준비할까? 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아니야 책이 나으려나? 선물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가져갔다가 분위기가 괜찮으면 줄까? 아니면 다음 번 만날 때 주면 되겠다. 아, 고백할 때는 어떤 선물을 좋으려나? 반지 같은 거는 미리 예약해야겠지? 고백할 때 추천 선물이…

참, 송도는 차를 가져가는 게 낫겠지? 주말에 많이 막힐 수 있으니까 미리 출발하면 될 것 같고. 아, 그러면 가는 길에 태우고 가면 되겠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태우고 갔다가 데려다주면 되겠는데? 아, 그럼 내일 세차부터 해야겠다.

또 뭐가 있지? 옷은 정장 입으면 되고, 머리는 그날 아침에 미용실 가서 자르면 되고, 이제 없나? 그럼 일단 오늘까지 더 검색해 보고 내일 연락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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