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칼럼5] 다른 재회 업체 추천해 주세요

혹시.. 추천해 줄 만한 다른 재회 업체도 있나요?

태연한 척했지만, 오래전에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상담하고 있는 상담사에게 다른 재회 업체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건, 마치, 현대자동차 매장에 가서 딜러에게 다른 자동차 브랜드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 딜러는 이런 신기한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몰래카메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일단 그래도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기에, 딜러는 웃으면서 다른 브랜드는 잘 모르겠다고 대응할 것입니다. 그렇게 고객을 적당히 돌려보내고 난 뒤, 무개념 고객이라면서 보배드림에 글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겠죠? 그런데 재회 상담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은 재회 업체 관련 글이나 재회 커뮤니티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 소통과 정보의 교류가 활발하여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정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검색하면 뭐가 나오긴 하는데,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신종 보이스피싱(실제로 자주 들었던 말)은 아닌지 불안합니다. 만약에 이별하지 않았다면, 재회 상담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래서 물어볼 사람이 없고, 정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직접 상담사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재회 업체와의 다른 점을 묻는 내담자의 질문을 듣고,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그래서 아는 범위 내에서는 다 설명해 줍니다. 왜냐하면 내담자 입장에는 검색하고 조사하다 보면 재회 상담업체들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봐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도 않기에 뜬구름 잡는 것 같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별의 아픔을 겪어봤던 사람이기에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더 마음이 쓰입니다.

다른 의견도 궁금해요!

상담이 마음에 안들거나 불만족스럽기 때문이 아닙니다. 상담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입니다. 상담사가 마음에 안들거나 상담에 믿음이 없다면, 물어보지도 않겠죠. 그래서 오히려, 자기 생각이 강한 사람이나 의심이 많은 내담자에게는 다른 곳에서도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내담자에게 “여자 친구가 불안이 매우 높은 불안형이네요.”라고 말했는데, 다른 업체의 상담사도 모두 같은 말을 한다면, 더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른 상담업체에서는 더 비싼 상담을 권유하는 영업을 당했다고 호소합니다.

내담자: 선생님 저를 왜 버리셨어요ㅠㅠ

상담사: 네?ㅎㅎ 제가요? 다른 상담사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내담자: 그렇긴 하죠…

상담사: 그래서 어떠셨어요?

내담자: A와 B 두 군데서 상담받았는데 상담은 거의 다 비슷하더라구요. 상황이 어려우니 더 비싼 상담을 영업당했어요ㅜ

상담사: 아 그러셨구나… 근데 제가 추천한 곳은 거기가 아닌데?

내담자: 여기가 광고도 많이 하고 유튜브에 영상도 많이 있고 그래서ㅜㅜ

다른 업체를 추천해서 신뢰를 얻는다고 상담사에게만 좋은 걸까요? 내담자에게도 긍정적입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말을 한번 듣는 것과 여러 번 듣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죠. 여러 명의 상담사가 모두 “이 부분은 정말 잘못했고, 만약 이렇게 고치지 않으면 누구를 만나도 상처를 줄 거다”라고 강조했다고 가정해 보죠. 아무리 자기 고집이 세고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내담자: 그래도 배운 건 있어요. 공통으로 지적하는 제 문제가 다 똑같더라고요. 다른 분석은 조금씩 다른데, 제가 공감을 안 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거…. 저는 나름대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착각하고 연애했던 거죠.

상담사: 그러니까요ㅎㅎ 처음에는 인정 안 했잖아요?

내담자: 맞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헤어진 이유죠ㅎㅎ

상담사: 그럼 A나 B에서 이어서 상담받지 않고 다시 방문해주셨을까요?

내담자: 어…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이 팩폭을 기분 안 나쁘게 하셔서요ㅋㅋㅋㅋ

사람은 원래 불안하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당연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불안입니다. 최근에서는 여러 업체에서 상담받고 비교해서 솔루션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고 자연스럽게 다른 업체에서 상담받은 내용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설명해 주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A 업체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이 왜 다르냐?”고 물어보는 거죠.

예를 들어 당신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런데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서 X-ray, 초음파, CT, MRI 등 각종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러고 나서 의사가 말하길, “암입니다.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바로 입원할 건가요? 아무리 훌륭하고 유명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쉽게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물어보고, 해당 암 전문병원과 권위자를 수소문할 것입니다. 같은 자료를 보더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이기 때문에 100%는 없죠. 그래서 다른 의사에게도 암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몸도 그런데,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상대방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이별과 재회도 암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생사가 달린, 아주 중요하고 신중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암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죠. 진짜 암이 아닌지 다른 병원에서도 확인해 봐야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을까요?

다 같은 후회가 아니다

재회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회 상담을 신청하는 내담자들 또한 절박하고 간절한 상태입니다. 상대방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그와 헤어지면 암 말기 환자처럼, 정말 죽어버릴 것 같은 마음입니다. 이별을 통보받고, 늦은 후회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봤습니다. 친구들의 조언도 들어보고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방법과 지인들을 활용해서 다 시도해 봤는데, 이상하게도 무언가 하면 할수록 상대방은 더 차가워지기만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무렵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회 상담을 신청합니다. 그런 상태라면 암 환자와 같이 여러 업체에 상담받으면서, 궁금증을 다 해결하고 싶고, 더 맞는 방법을 찾고 싶을 겁니다.

물론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상담받았다면 재회는 비교적 쉬웠겠죠. 그리고 이별을 말하기 전, 관계가 좋았을 때부터 건강검진처럼 상담받았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암에 걸리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합니다. 다만, 후회하더라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게 서로에게 덜 상처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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